○꼼꼼한 ‘형님 리더십’
올초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사옥 22층의 양 내정자 사무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후계자 검증에 나선 윤 회장이 부회장단 3인의 업무를 맞바꾸면서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장을 맡던 양 내정자가 개인고객·자산관리·소상공인 부문장으로 업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밤늦은 시간까지 서류를 검토하고 국민은행과 KB증권 영업점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양 내정자는 꼼꼼하면서도 소탈한 성격이어서 따르는 후배가 많은 편이다. 그는 윤 회장이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던 2010년 지주사 경영관리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2014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엔 윤 회장 밑에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실무를 맡아 KB금융의 차기 리더로 자리 잡았다. 당시 KB금융 내부에선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양 내정자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선 손해보험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이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독대한 끝에 인수가를 400억원 낮춘 6450억원으로 담판 지었다. 양 내정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내정자는 2016년 KB금융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손해보험 대표에 취임했다. 보험업 경력이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며 인수 후 통합(PMI)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는 한 차례 연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양 내정자는 3연임하며 5년간 대표를 지냈다. KB손보는 지난해 557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가 KB금융이 강정원 국민은행장 겸 부회장 이후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직의 첫 번째 주인공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2021년부턴 KB금융 부회장으로서 윤 회장을 도와 그룹 경영을 주도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 과제
10년 가까이 KB금융을 이끌며 세 배 넘는 순이익 증가를 이끌어온 윤 회장의 뒤를 잇게 된 양 내정자 앞엔 ‘리딩금융그룹 수성’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KB금융은 2017년 첫 3조원대 순익을 달성한 뒤 2021~2022년엔 2년 연속 4조원대 순이익을 냈다. KB금융이 은행-증권-카드-보험으로 이어지는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글로벌 사업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KB금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 확대와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도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도 이뤄내야 한다. 국민은행이 2018년 인수한 부코핀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매 금융 부실이 커지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국민은행은 올해까지 1조1025억원을 추가 투자해 부실채권 정리 등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내정자가 지주 전략·재무업무 경험이 풍부한 데다 KB손보 대표를 지낸 만큼 비은행과 글로벌 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1961년 전북 전주 출생
△1980년 전주고 졸업
△1987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89년 주택은행 입행
△2008년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장
△2010년 KB금융지주 경영관리부장
△2014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5년 KB금융지주 부사장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
△2019년 KB금융지주 보험부문장
△2021년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