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 등 복지부 주요 위원회에서 줄줄이 배제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간 재정운영위의 가입자(노동자) 단체 위원 추천을 도맡아온 양대노총을 배제하고 다른 노조에 위원 추천권을 준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민주노총은 5일 "한국노총과 함께 보건복지부장관, 대한민국을 상대로 양대노총이 추천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을 위촉·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함을 확인하는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양대노총이 '직장대표가입자'를 추천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임명 내지 위촉하지 않은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10명’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34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각 5명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추천권을 가진 '노동조합'이 '전국적 규모'의 노동단체이므로 양대노총 외 다른 노조에게 추천을 받은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 양대 노총 대신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MZ노조) 소속 노조 등 130여개 개별 단위노조에 재정운영위 위원을 추천하도록 공문을 보낸 후, 해당 단위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위원으로 임명한 바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이후 지난 16일 임기가 시작된 ‘보건의료 정책심의위’ 구성에서도 양대 노총 소속 기존 위원들이 줄줄이 명단에서 빠졌다.
민주노총은 "복지부는 지난 20여년 간 국민건강보험법 제34조 제2항 제1호 ‘노동조합’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로 해석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게 직장가입자 추천권을 부여하고, 추천을 받은 자로 재정운영위원을 위촉·임명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법이 재정운영위를 구성하는 이유는 공적 사회보장 서비스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만을 재정운영위 위원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면 자의적 구성을 허용하는 것"이고 지적했다.
양대노총과 졍부의 갈등은 지난 3월 시작된 바 있다. 복지부는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에서 윤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운영위원)이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 구성 변경을 두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품위 유지 손상을 이유로 해촉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양대 노총의 독점을 깨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차원에서 MZ노조나 비조직 근로자 대표 등의 정부 위원회 참여를 추진해 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회계 장부 제출 등 관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기관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라고 하여도 고용노동부에 회계자료를 제출한 노동조합에는 재정위 위원 추천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