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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에게 편입 종목을 매일 알리지 않아도 되는 불투명(Non-Transparent)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 다이렉트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 기준 미국의 불투명 액티브 ETF는 55개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체 1160개의 액티브 ETF 중 4.7%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운용 중인 총자산 기준으로는 불투명 액티브 ETF(71억달러)는 전체 액티브 ETF(4470억달러)의 1.6%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2008년 처음으로 채권형 액티브 ETF가 출시된 이후 채권형 ETF를 중심으로 ETF 시장이 성장했다. 운용사들이 구성 종목과 비중을 매일 공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전략을 노출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운용사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끊임없이 구성 종목이나 비중을 가릴 수 있는 '불투명성'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고, SEC은 2019년 9월 이를 허용했다.
불투명 액티브 ETF는 도입 초기만 해도 다수의 운용사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호황을 이뤘다. 2019년 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불투명 액티브 ETF는 3개, 2000만달러 규모였다. 2년 만인 2021년 말에는 45개, 56억달러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말 당시만 해도 불투명 액티브 ETF가 전체 액티브 ETF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갯수 기준 5.3%, 자산 기준 1.9%에 달했다.
모닝스타는 "2021년 12월을 정점으로 불투명 액티브 ETF는 '완전 투명 액티브 ETF'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출시 속도만 봐도 시장 둔화세가 뚜렷하다. 2021년 24개의 새로운 불투명 액티브 ETF가 상장된 이후 지난해 9개, 올해(7개월 기준) 8개로 급감했다. 액티브 ETF의 불투명 모델을 투명 모델로 전환하는 운용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은 자사의 유일한 불투명 액티브 ETF 상품 클리어브릿지 포커스 밸류 ESG(CFCV)를 기존의 투명 방식으로 바꿨다.
현재 불투명 액티브 ETF는 대형 펀드 한곳에 편중돼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누빈 그로스 오퍼튜니티(NUGO)가 불투명 액티브 ETF들이 운용 중인 총자산 71억달러 가운데 38%를 보유하고 있다. ETF 컨설팅기업 '블랙워터 서치 앤 어드바이저리'의 설립자 마이클 오리어던은 "불투명 액티브 ETF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