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기대감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되살아나면서 반도체 후공정업체들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HBM 모멘텀 최대 수혜주로 하나마이크론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나마이크론은 2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일주일간(지난달 29일~9월 4일) 하나마이크론 주가는 54.13% 급등했다. 주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은 순매수를 지속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834억원 넘게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582억원, 25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같은 주가 급등은 삼성전자 주가가 되살아나자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의 주가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HBM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종의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전날 삼성전자도 7만1200원에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IT 기업들의 AI 개발이 본격화하며 HBM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자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외국인은 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244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1769억원, 68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성장주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잭슨홀 미팅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리밸런싱 등 주요 이벤트가 마무리됐고 성장주의 주가 상승을 제한했던 금리 부담도 덜었기 때문이다. 가을 주도주의 강력 후보는 AI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I 모멘텀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 중심에는 HBM이 자리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으로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해 활용되는 GPU에 탑재된다.
한국 수출 지표를 보면 반도체 품목의 전년 대비 7월에는 33.6% 감소에서 8월 20.6% 감소로 개선됐다. 이는 향후 AI 산업 관련 수요를 포함해 반도체 수출 모멘텀 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HBM 시장 내 지배력이 독보적이며 수혜가 지속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하반기가 지나면 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재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향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이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투자 확대 및 고객사 확보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첨단 패키징 투자에 따른 핵심 수혜가 기대되는 하나마이크론을 추천 종목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전문기업으로 200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2005년 코스닥 상장 이후 현재 국내 최대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시장의 거점HT 마이크론(Micron),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하나마이크론 비나(HANA Micron VINA)를 설립해 아시아 생산 기지를 확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의 올해 실적은 매출 1조1271억원, 영업이익 986억원으로 추정된다. 별도 기준 매출은 삼성전자향 감산의 영향이 있겠으나 베트남 매출은 예상 대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감산의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올 하반기 모바일 출시 효과에 따른 메모리 및 비메모리 업황 회복과 베트남 법인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사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서버 모듈 확대로 전반적인 체질 개선 및 실적 성장 기대감도 밝다.
차동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생산능력 증설에 따른 기존 제품들의 외주화 증가라는 흐름은 아직 유효하다"며 "메모리 업황의 바닥에서도 비나의 성장세에 힘입어 타 OSAT 업체들 대비 견조한 실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