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IFA 2023’에 국내에선 추억의 브랜드가 된 ‘대우전자’가 부스를 차리고 제품들을 선보였다.
영문명 ‘DAEWOO’와 익숙한 파란색 부채꼴 대우 로고가 눈길을 끈다. 한때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국내 가전 업계의 일익을 차지했던 기업이었지만 행사장에서 대우전자는 ‘튀르키예(터키) 기업’으로 소개됐다.
튀르키예 가전업체 베스텔이 2021년 대우전자 상표권을 확보해 가전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베스텔은 대우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가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10년간 대우 상표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부터 IFA에 대우 로고를 붙인 가전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업체가 대우 브랜드를 가져간 것은 중남미·중동·동남아 등에서 ‘한국 가전 명가’로 대우의 인지도가 아직 높은 편이라서다. 포스코인터에 따르면 대우 상표권은 160개국 이상에서 3500여건이 등록돼 있는데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대우그룹이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해체된 탓에 역사가 다소 복잡하다. 대우 상표권 관련 권리를 이어받은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가 인수해 ‘포스코대우’가 됐고 2019년 사명을 다시 포스코인터로 바꿨다.
실질적인 대우전자의 후신인 위니아전자는 정작 대우 상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3년 동부그룹의 대우전자 인수로 ‘동부대우전자’가 됐으나 이후 동부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2018년 당시 대유위니아그룹이 인수해 ‘위니아대우’가 됐다가 2020년 위니아전자로 또 한 번 사명을 변경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