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이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내놓은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 건수는 2018년 560건에서 지난해 1547건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주민번호 변경제도는 2017년 5월에 처음 도입됐다. 2014년 1월에 신용카드 3개사에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국민을 범죄 등에서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시작 첫해에는 신청자가 799명으로 많았다. 신청이 가능했던 기간이 7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개인적인 이유로 번호 변경을 원하던 수요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한꺼번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듬해에는 신청자가 560건으로 줄었고, 2019년에도 641건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번호 변경 신청은 급증세다. 2020년 1127건으로 75% 급증한 데 이어 2021년 1344건, 지난해 1547건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 중 ‘보이스피싱’을 신청 사유로 제시하는 경우가 1000건에 육박한다.
정부는 주민번호 변경 요청시 이유를 재산상의 이유와 생명 및 신체에 관한 이유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재산을 이유로 주민번호를 바꿔달라는 요청은 2017년 593건, 2018년 365건이었는데 작년엔 1323건(전체 신청의 85%)으로 전체 신청건수 증가를 이끌고 있다.
재산을 이유로한 변경 요청 대부분은 ‘보이스피싱(928건, 70.1%)’을 사유로 꼽았다.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주민번호와 각종 비밀번호 등이 유출돼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자, 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주민번호를 바꿔야겠다는 요청이다. 이어 신분도용(139건, 10.5%), 스미싱 및 해킹 등 기타사유(259건, 19.3%)가 있었다.
생명 및 신체 위협을 이유로 하는 주민번호 변경 요청은 해마다 200건 안팎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작년(224건)의 경우 절반이 가정폭력(110건) 때문에 주민번호를 바꿔야겠다는 요청이었고 이외에 상해·협박(52건), 성폭력(31건), 명예훼손 및 학교폭력 등 기타(31건) 사유가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을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관련 위원회에서 요청 내용을 심사한 후 타당한 사유가 있으면 이를 바꿔준다. 전부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위원회에서 의결한 건수는 모두 5260건인데 이 중 77.8%(4094건)만 통과됐다. 나머지는 기각(1124건, 21.4%)되거나 각하(42건, 0.8%)됐다.
정구창 행안부 주민번호변경위원회 사무국장은 "보이스피싱 우려가 있다든가 하는 것만으로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요청을 받아주지 않고, 구체적인 피해가 있을 경우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변경 처리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자체도 증가했지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신청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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