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는 기분이 좋아야 했습니다. 그는 운동 실력도 뛰어났고, 토론 클럽의 회장이었고, 경쟁이 치열한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엘리트 대학에서 조기 입학을 위한 합격 통지서까지 받았습니다. 그는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만다는 압도적인 자부심 대신 충격과 불안감을 떠올립니다. 대학 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 날 토요일, 그는 친구 집에 보드카 한 병을 가져가 밤새도록 파티를 엽니다.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뭐라고 표현하기도 모호한 절망감을 달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널리스트이면서 사회비평가인 제니퍼 월리스는 미국 전역의 비교적 부유한 사람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아만다와 같은 청소년을 셀 수 없이 자주 만난다고 전한다. 최근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인 책 <절대 충분하지 않아(Never Enough)>는 성공 지상주의와 성취 문화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지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월리스는 자녀 세대가 마치 ‘압력솥’과 같은 엄청난 압박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비유한다. 삶을 뒤덮어버린 성취 문화가 사회악이 돼 버렸다고 주장하며 ‘독성 성취 문화’와 맞서 싸우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스탠퍼드대 부설 연구기관인 챌린지석세스가 미국 학생 4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3분의 2 이상이 대학 입시에 대해 “자주 또는 항상 걱정한다”고 답했다. 성공에 엄격한 기준을 갖고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이 있는 지역의 학생일수록 불안감이 심했다.
하버드대가 2020년 입학한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학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과로, 평가와 비교에 대한 불안, 건강 관리에 대한 무력감 등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에 다닌 학생이 26세가 되면 다른 중산층에서 성장한 또래에 비해 중독 문제에 시달릴 확률이 두세 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오늘날 학생들은 전례 없는 성공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가지 목표를 성취하고 나면 더 높은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경쟁에서 승리하고 나면 더 혹독하고 힘든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스포츠, 악기 연주처럼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조차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 세대의 몸과 마음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책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압박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과 외적 성취에 좌우되지 않는 ‘내적 자존감’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회복력, 자신감,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아만다는 대학에서 더욱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됐다. 엄청난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섭식장애와 우울증, 알코올 중독을 거쳐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더 높은 곳에 도달하고, 동료들 사이에서 최고가 되려는 추진력은 변하지 않았다. 아만다는 음주 운전과 약물 남용 끝에 체포됐고 재활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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