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 인상 등 ‘모수개혁’과 함께 기금운용수익률을 0.5%포인트, 1.0%포인트 높이는 안을 함께 제시했다. 과거 4차례의 재정계산에선 기금운용수익률이 고갈 시점에 영향을 미치는 ‘참고 사항’정도로 들어갔지만 이번엔 연금개혁 시나리오의 핵심 변수로 격상된 것이다.
재정계산위는 2093년까지 향후 70년 간의 국민연금 재정을 전망하면서 장기평균수익률을 4.5%로 가정했다. 이를 최소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1988년 국민연금 설립 이래 작년말까지 국민연금의 누적 수익률은 5.11%다. 앞으로 그간의 수익률보다 0.4%포인트 정도를 높이면 수익률이 1.0%포인트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6월말 기준 자산 규모가 983조1000억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재정계산위는 수익률 제고의 선행 조건으로 보험료 인상 등 모수개혁을 꼽았다.
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 적자로 전환해 2055년 고갈된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기금운용수익을 합친 것보다 연금 지급액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주식, 대체투자 등 위험자산에 85%를 투자해 연 10%대 수익률을 내는 캐나다연금(CPP)과 달리 국민연금의 위험자산 비중은 50% 수준이다. 불과 17년 뒤면 매년 보유한 주식, 채권 등 자산을 팔아 급여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오다보니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없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수익률의 90% 이상이 중장기 자산배분에 좌우된다.
재정계산위에 따르면 보험료율만 15%로 높여도 수지적자 시점이 2053년으로 12년 늦춰지고, 최대 적립금 규모도 3355조원으로 두배 가량 늘어난다.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인 자산배분으로 수익률을 높이고, 같은 수익률이더라도 두 배의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이 최소 12년 더 주어지는 셈이다.
한국이 이미 1%대 저성장 기조에 돌입한 상황에서 전체 운용 자산의 50% 이상이 국내 자산에 묶여 있는 것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리가 높았던 1980~2000년대를 거치며 5%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지만 중장기적으로도 이 같은 수익률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자산배분을 실현하기 위해 기금운용체계의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계산위의 제안이다. 재정계산위는 보고서에서 현재 중장기 자산배분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제고하거나, 해당 기능을 별도의 전문 운용 조직으로 이양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 산하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로 독립시켜 인력과 예산 활용의 자율성을 높이고, 3곳 뿐인 해외 사무소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