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1일 15: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이래CS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사실상 최대주주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연금재단은 이래CS가 갚지 못한 상거래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2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이 총회연금재단 측 회생안을 받아들이면 회생 절차를 조기 졸업하고,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총회연금재단은 지난 4월부터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래CS에 'DIP금융 파이낸싱' 구제금융 형태로 2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DIP금융 파이낸싱은 회생에 들어간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다. 투입한 자금으로 이래CS가 상거래 채권을 우선 변제해 급한 불을 끄고, 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한 뒤 다음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총회연금재단의 계획이다.
이래CS는 1976년 설립돼 경남 김해와 대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사다. 자동차 제동 및 조향 장치와 자율주행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이래AMS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인 이래CS는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이래CS는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권 분쟁도 벌어졌다. 이래CS의 기존 최대주주와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자베즈파트너스의 사이가 틀어졌다. 이래CS가 자금 유치 시 약속했던 기업공개(IPO)에 실패하자 자베즈가 주주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하면서다.
분쟁이 이어지던 중 이래CS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풋옵션과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자베즈는 이듬해 1월 주주지위확인 가처분 소송에서 약 68%의 의결권을 인정받았다. 김용중 등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률은 8.9%로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에선 승기를 잡았지만 자베즈는 펀드의 단독 출자자인 총회연금재단의 신뢰를 잃어 펀드 운용사(GP) 자격을 빼앗겼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총회연금재단은 현재 이래CS의 사실상 최대주주가 됐다.
이래CS의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도 총회연금재단이 구상하는 회생 계획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역시 이래CS가 하루빨리 회생절차를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어 안정적으로 차입금을 상환받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총회연금재단과 산은이 이래CS의 회생 조기 졸업을 희망하는 이유는 이래CS가 충분히 자생할 만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래CS의 자본총계는 397억원으로 아직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았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법원을 찾는 일반적인 회생 기업과는 상황이 다르다.
영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이래CS는 지난해 71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4236억원) 대비 69.2% 늘었다. 2021년 4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작년엔 1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다만 494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 탓에 순손실을 면하진 못했다.
총회연금재단 측은 추가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회생 조기 종결을 희망하고 있지만 회생관리인은 회생계획 인가전 M&A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회생의 주목적이 채권자 보호인 만큼 최대 채권자인 산은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가전 M&A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래CS의 최대주주에 오른 총회연금재단에 가혹한 처사라는 시각도 있다. 총회연금재단은 사모펀드에 돈을 댄 출자자일 뿐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인가전 M&A가 진행되면 무상감자나 소각 등의 과정을 거쳐 투자금을 날리게 된다. 총회연금재단은 목회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1989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래CS는 자생 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특이한 사례인만큼 법원이 융통성을 발휘해 회생을 조기 종결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