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31일 11: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GS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내렸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로 2년 만에 A+급 신용도를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GS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GS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도 GS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 검토)’로 변경했다.
주차장 붕괴 사고에 따른 평판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검단아파트 사고 및 GS건설 현장 점검 결과 회의’를 열고 부실 시공을 이유로 GS건설 컨소시엄과 협력 업체에 대해 장관 직권으로 8개월 영업정지를 추진하고, 불성실한 안전 점검 수행 등의 이유로 서울시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했다.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GS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은 검단아파트 재시공에 따른 손실분 5500억원을 반영하면서 41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6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2조4875억원, 부채비율은 244.8%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이 A+급 신용도 지위를 반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S건설의 신용등급을 한때 AA-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3년 해외 플랜트 사업 손실 등의 여파로 신용등급이 A-급까지 떨어졌다.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부동산 호황 등에 힘입어 2021년 A+급 지위를 회복했지만, 이번 사태로 2년 만에 다시 A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HDC현산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A+'에서 'A'로 내려갔다.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10대 건설사’ 지위도 반납했다. HDC현산의 2023년 시공능력평가액은 3조701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진 11위를 기록했다. 이번 사태로 주택브랜드 ‘자이(Xi)’의 이미지 실추 등이 본격화되면 현재 5위권인 GS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신용도 하락이 자금조달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더 높은 금리로 회사채 등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자금시장에서 GS건설과 관련된 잡음이 발생한 것도 부담이다. 지난 2월 열린 GS건설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고금리로 접수된 일부 유효수요를 배제한 채 조달 금리를 낮추고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는 지적에 제기됐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이어진 회사채 시장의 관행을 어겼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GS건설이 증액 발행을 포기하고 금융투자협회가 회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을 손보면서 혼란이 일단락됐지만, 자금시장에서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차환 부담도 남아 있다. GS건설은 내년 4월 2021년 발행한 20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당시 연 1.8%의 저금리로 발행됐다. 신용도가 흔들리는 만큼 차환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