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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지만…" 일본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결정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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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자가 없는 세계에서 있는 세계로(上)에서 계속

일본은행은 7월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는 0%±연 0.5%로 유지하면서도 "장단기금리조작(YCC)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가격 지정 공개시장운영의 실시 기준을 0.5%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당초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변동폭을 또다시 ±0.75%로 확대하거나 아예 변동폭을 없앨 것으로 예상했다. '0.5%로 유지하지만 1%까지는 용인한다'라는 애매한 결정 대신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변동폭을 확대하거나 없애면 어땠을까.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시중은행에 '장기금리 변동폭을 ±0.75%로 확대하거나 변동폭을 없애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 의견을 물었다. 시중은행들은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금리 상승은 용인한다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27일 보도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금리가 0.5%를 넘을 때마다 국채를 대량 매입하다보니 일본은행의 부담이 커졌다. 일본은행은 작년 12월에서 올해 1월까지 두 달 간 34조엔(약 309조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다. 1월 국채 매입규모는 23조6902억엔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 1월13일 매입규모는 5조80억엔으로 1일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국채를 사들이다 보니 대규모 금융완화를 실시하기 직전인 2013년 3월 125조엔이었던 일본은행의 국채보유액은 작년말 556조엔으로 5배 가량 급증했다. 일본은행은 현재 전체 국채의 50.3%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10년 만기 국채는 88%를 일본은행이 갖고 있다.

채권시장의 기능을 망가뜨렸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기축통화 보유국의 지위를 이용해 엔화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일본은행으로서도 한계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는 모양새를 유지하면서도 사실상의 출구전략에 나선 건 경기를 부양하면서 물가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기도 하다. 이날 일본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2.5%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예상치(1.8%)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7월 물가상승률은 3.1%로 16개월 연속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해야 한다"라는 일본은행의 기존 논리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완화정책의 조기 종료는 피해야 한다”고 경고해 온 국제통화기금(IMF)도 7월25일에는 “더 미적대지 말고 긴축을 준비해야 한다”(피에르 올리비에 구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고 권고했다.



2021년 10월 집권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의 지지율도 일본은행을 움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이 1년 넘게 계속되도록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일본 정부가 서민 경제를 나몰라라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앙은행처럼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게 일본은행의 고민이다. 일본 경제가 여전히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고 있어서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비 연율 기준 6.0% 깜짝 증가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는 0.5% 감소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소득을 나타내는 실질임금이 6월까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우에다 총재도 "2% 물가 목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기준금리가 1%까지 오르는 것을 허용하는 결정은 엔저(低)를 잡기 위한 조치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금융긴축에 나선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7월 회의 전까지 달러 당 엔화 가치는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적인 물가상승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장기 금리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면 금리차가 줄어들어 엔저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게 일본은행의 계산이다.

다만 결정 이후 한 달이 지난 8월31일 현재 엔화 가치는 146.1엔까지 더 떨어져 일본은행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오는 9월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자가 없는 세계에서 있는 세계로(下)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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