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K소비재의 인기는 순풍이 여러 방향에서 한꺼번에 분 덕분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2020년부터 3년가량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1020세대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실려 온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K콘텐츠에 푹 빠진 게 ‘한국 소비재는 핫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발(發) 4차 한류는 △2000년대 초반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1차 △2000년대 중·후반 ‘동방신기’ ‘카라’ 등 아이돌그룹이 이끈 2차 △2010년대 중·후반 ‘방탄소년단’ ‘트와이스’가 이끈 3차 한류가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는 데 한계를 보인 것과는 다르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한 식품회사 일본법인 관계자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자마자 10대, 20대 자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국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의 기성세대도 ‘K열풍’의 원인을 진지하게 찾기 시작했다”며 “일본 굴지의 유통기업들이 바이어들을 한국에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떠난 일본인 여행객 중 한국을 찾은 비중은 2019년 1~7월 17.2%에서 올해 같은 기간 23.6%로 높아졌다. 방한 일본인 중 30세 이하의 비중은 2019년 상반기 40.4%에서 올해 같은 기간 43.1%로 커졌다.
이런 환경은 장기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일본 국내 사정과도 맞아떨어졌다. 일본은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저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취임 후 일관되게 “임금 상승을 동반하는 2%대 물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유통업체들도 일본 정부 및 중앙은행의 이런 기조에 발맞춰 소비재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K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기존 상품과 차별화한 새 브랜드가 필요한데, 이를 찾는 과정에서 K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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