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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긴축의지 돋보이는 내년 예산안…건전재정 원년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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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4년 정부 예산안은 긴축을 통한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가 분명히 담겼다고 평가할 만하다. 656조9000억원의 지출안은 올해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재정통계가 지출 중심으로 바뀐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3% 중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축 예산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자평이 과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8.7%씩 늘어온 것과 확실히 비교된다.

부문별 지출 내역을 보면 이모저모 많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팽창 일변도로 그간 무풍지대였던 연구개발(R&D) 예산을 5조2000억원, 효율성 없는 보조금 사업을 3조8000억원 삭감하는 등 총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경직적 복지지출을 거의 손댈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결과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4.6% 늘어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두고 내년 총선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는 않다. 병장 월급을 125만원으로 올려 2025년까지 병장이 받는 돈 205만원으로 가겠다는 대목처럼 논란의 소지가 있는 지출 항목도 일부 보인다. 하지만 여야 공히 건곤일척의 한판 싸움이 될 중요한 선거를 7개월 앞두고 총량에서 이 정도 긴축을 단행했다는 것은 인정할 만한 결단이다.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와 선거 매표 예산을 단호히 배격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편성 방침은 국회에서도 존중돼야 한다.

이제 관건은 여소야대의 국회 심의다. 서민 지원 구호로 ‘35조원 추경’을 외쳐온 더불어민주당이 어깃장을 놓으며 정부안의 틀을 흔들어선 안 된다. 앞서 민주당 정권은 과도한 예산 지출로 재정 중독증이란 비판까지 받으며 나라 곳간을 쉽게 풀었다. 서민 지원·경기 진작을 내세운 ‘초(超)슈퍼 팽창 예산’ 남발로 고물가를 재촉했고, 국고를 화수분처럼 여긴 결과 국가채무가 내년에는 1196조원에 달하게 된다. 나라 경제의 최후 안전판인 재정을 뒤흔들어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한 것은 권한 남용에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는 중차대한 잘못이다. 어제 감사가 시작된 사드 배치 고의 지연이나 탈원전과는 다른 차원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어떤 증액 압박이나 ‘쪽지예산’을 끼워 넣을지 모른다. 추경호 경제팀은 ‘3% 이내 증액’을 마지노선으로 사수해야 한다. 미래 세대 부담을 염두에 두면서 그렇게 건전재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제야말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범하는 국회의 반헌법적 예산 심의 적폐도 끊을 때다. 2024년 예산 정부안 관철로 건전 재정의 원년으로 삼고, ‘작고 내실 있는 정부’로 적극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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