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9일 14: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속에서 건설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거나 비건설 사업 비중 확대 등에 나선 건설사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비우량 건설사들은 연 10%의 고금리를 감수하고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8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200억원 모집에 35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에 1650억원, 3년물에 1900억원이 각각 들어왔다. 모집액의 세 배에 가까운 주문을 확보하면서 24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게 회사채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 수준이다. 건설회사의 ‘종합성적표’로 불리는 시공능력평가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업계 최상위권의 사업 경쟁력과 원가관리 역량,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급 신용도를 갖춘 SK에코플랜트도 공모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지난 7월 1000억원 모집에 4350억원의 매수 수요를 확보하면서 발행 규모를 1710억원까지 늘렸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적극 시도한 점이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에너지 사업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513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2649억원으로 129% 늘었다.
반면 비우량 건설사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모채 조달이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고금리 사모채 발행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SCG이테크건설, HL D&I 한라, 금호건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이 사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SCG이테크건설은 지난 25일 50억원어치 2년물 사모채를 연 10%에 발행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긴 금호건설도 지난 23일 100원어치 1년6개월물 사모채를 연 9.6%에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 최하단인 BBB-급에 머무르면서 연 9.6%의 고금리에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자금조달 시장에서 건설업종 회사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기관투자가도 건설사의 실적, 부동산 PF 부실 위험성, 신용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