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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기업의 실적발표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단어 사용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덜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란 때문에 표현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사라 마하피 RBC 캐피탈마켓스 애널리스트는 "전세계적 기업이 컨퍼런스 콜에서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었다"며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있어 전략을 멀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RBC 캐피탈마켓스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지속 가능성 '또는 '기후', '탈탄소화' 등 ESG 범주 안에 있는 단어를 사용했다.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미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RBC 캐피탈마켓스는 특히 미국 기업의 컨퍼런스 콜에서 ESG 단어가 가장 눈에 띄게 언급이 줄었다고 봤다. 월가에서 ESG가 정치적 논란과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인프라 기업 윌리엄스 컴퍼니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암스트롱은 "주주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운영 방식이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마빈 앨리스 로위 CEO는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은 함께 손을 잡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도 많은 목소리가 나왔다. 화학 업체인 라이온델바젤의 피터 바나터 CEO는 생산량을 개선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점을 언급하며 "5만 달러의 비용으로 연간 140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톤 이상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기업은 ESG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올해 "ESG라는 용어 자체가 좌우 정치인들에 의해 입맛대로 무기화되고 있다"며 "더 이상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많은 S&P500지수 편입 기업 중 4분의 3이 경영진의 성과급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ESG 지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주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SG를 임원 성과 책정에 이용하는 기업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다양했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책임자인 벤 콜튼은 "우리는 ESG 지표가 상여금 책정에 사용되는 것에 회의적"이라며 "ESG 지표는 매우 주관적이고, 모호하고, 조각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