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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는 진보·보수 구분이 없습니다" [더 머니이스트-하준삼의 마켓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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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게으릅니다.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많은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는데, 하루에도 결정해야 할 일은 너무 많고 세상일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수집에 노력을 많이 투입하지 않습니다.

임창희 홍익대 교수에 따르면 카너먼(D. Kahneman)은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할 때 뇌를 사용하는 방식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말했습니다. 1차 시스템은 자동반응, 빠르게 작동하는 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뱀을 보고 피하기, 성난 얼굴 알아차리기 등입니다. 2차 시스템은 복잡한 생각, 시간이 걸리는 일에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점심값을 내가 낼까 판단하기, 무리 속에서 친구 찾기 등 신경을 좀 더 써야 하는 일들입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뇌 활동의 노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2차 시스템으로 결정해야 할 것도 1차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복잡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직관과 상식, 선입관, 본인의 경험으로 빠른 시간 내에 단순하게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중국집에서 자장면이냐 짬뽕이냐를 고르는 것처럼 쉽고 빠르게 결정하기도 합니다. 사실이 아님에도 심리적으로 느끼는 불안감 때문에 사실을 왜곡해서 판단하기도 합니다.

정치적 성향은 진보와 보수, 중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보나 보수에 몰려있고, 양쪽의 입장을 균형감있게 생각하는 중도파는 거의 없습니다. 본인이 중도 우파, 중도 좌파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한 보수, 확실한 진보 진영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도 인간의 게으름,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본성에서 기인합니다. 내가 보수진영에 있으면 보수당의 정책이 때때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런가보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진보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진영의 나쁜 사건이 발생해도 당 지지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 때는 인물이나 정책보다는 어느 당에서 나왔는지를 먼저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책이나 인물을 따져보는 것보다 나의 정치성향에 부합하는지만 판단하면 훨씬 더 수고가 덜들기 때문입니다.

자산관리는 내가 보수성향인지 진보성향인지, 혹은 위험선호형인지 안전선호형인지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게 운용하면 안됩니다. 내가 선호하는 정당의 정치인을 계속 지지한다고 해서, 나의 자산에 플러스나 마이너스 영향이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매일 변동하는 국내외 정세, 경제상황에 따라 나의 보유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선 내 자산관리 성적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내 정치성향, 위험선호도에 관계없이 기본적이고 바람직한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는 자산운용은 지양합니다. 금융자산을 전부 정기예금 등 안정적인 상품만 가입하는 경우, 원금은 보존하겠지만 경제성장이나 시장수익률의 평균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반면 금융자산 전부를 주식이나 투자상품에 올인하는 경우 고수익도 가능하지만, 시장하락에 따라 큰 손실도 입을 수 있습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 경기가 하락해도 자산이 없어지는 힘들지만, 필요할 시기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둘째, 전체자산의 30% 이내는 유동성 관련 자산으로 운용합니다. 정기예금은 한 달에서 3년까지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시장금리에는 못 미치지만 확정금리에 원금이 보장되며, 필요한 시기에 언제든지 원금 이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달 이내 혹시 사용할 수도 있는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두면 보통예금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하루단위 이자로 받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에 자산의 일정부분을 운용한다면, 금융위기가 급격하게 닥치더라도 6개월에서 1년가량을 벌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됩니다.

셋째, 경제상황과 흐름에 따라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불황이 이어지지만 향후 1~2년 뒤 경기회복이 기대된다면, 안정성향의 상품에 금융자산의 70% 수준으로 운용하고 주식형 펀드와 투자상품 비중은 30% 내외로 구성합니다. 또 적립식으로 투자상품을 투자하면서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호황기이지만, 경기가 너무 과열돼 조만간 경기상황이 하락으로 반전될 흐름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상품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국채나 정기예금 등 원금과 이자가 확정돼 있는 상품의 비중을 늘려나갑니다.

나의 정치성향이 진보인지, 보수인지는 개인 성향입니다. 이는 웬만해서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보유한 자산의 포트폴리오는 경제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방향과 주요 사건의 영향에 따라 조정하는 건 꼭 필요합니다. 최소한 경제성장률 기준금리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자산을 관리 운용하고, 비중 조정(리밸런싱)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책임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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