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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영끌'하더니 결국…"쓸 돈이 없다" 비명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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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빚을 일으켜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이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겪는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증가해 성장률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8일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민간소비는 회복 흐름이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완화된 이후 회복되다가 올해 2분기 전기대비 0.1% 감소했고, 지난달에도 감소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소비 형태별로 보면 3~7월 대면활동과 관련이 깊은 재화와 서비스가 큰 폭 감소했다. 의복·신발 등 준내구재 지출이 큰 폭 감소했다. 서비스소비(서비스업 생산 기준)는 음식·숙박, 육상 여객이 감소 전환됐다.

펜트업 수요가 둔화된데다, 잦은 비 등 날씨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강우로 인해 의복, 음식·숙박, 레저, 여행 등 대외활동과 관련된 품목을 중심으로 재화 및 서비스 소비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은이 신용카드 미시데이터를 이용한 분석한 결과 강수량 증가시 레저, 숙박, 음식점 등의 지출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날씨 영향을 받는 품목을 제외할 경우 소비 증가율은 0.2%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소비의 흐름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문제다. 한은은 최근의 주택경기 개선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소비 흐름이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금리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주택대출을 동반한 주택 구입이 소비 여력을 줄일 것이란 예상이다.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가계의 초과저축은 소비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역시 가계부채 상환 등에 사용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1분기 101.5%로 집계됐다.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곳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원래 103.4%로 알려졌던 것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이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대출로 잡히던 것이 빠진 영향이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부채 축소에 나선 가운데 한국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제약해 성장률까지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최근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도 이같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이미 그 수준은 넘었다고 본다"며 "부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자율이 지금처럼 조금만 올라가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그것이 성장률을 낮추는 영향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연구에 따르면 성장과 금융안정에 제약이 되지 않는 가계부채 비율 수준은 80% 이하다. 한국은 부채비율을 21%포인트 이상 줄여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부채 디레버리징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다. 이 총재도 "위기를 겪지 않고 디레버리징을 한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인정했다. 특히 기업부채가 아닌 가계부채 축소에 성공한 사례에 대해선 "다른 좋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 가야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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