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직접 전기자동차의 초급속 충전기 제조에 나섰다. 테슬라의 전용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보급 속도를 더 높이려는 전략이다.
27일 전기차 충전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케피코는 350㎾급 초급속 충전기 ‘블루 플러그’를 연내 출시하기 위해 정부 인증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엔진·변속기 부품업체인 현대케피코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충전기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자체 개발에 힘써왔다.
인증 절차를 마치면 현대케피코는 내년부터 블루 플러그를 현대차 전기차 충전소인 이피트(E-pit)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피트용 초급속 충전기는 SK시그넷과 롯데그룹 계열의 이브이시스가 만들고 있다. 이피트 초기 시스템 운영과 충전기 공급을 맡았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전문 업체 대영채비에 이어 지난해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이피트 사업 개시 2년 만에 파트너 업체 교체를 거듭하다 계열사를 통해 직접 제조에 나서기로 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피트의 ‘프리미엄 콘셉트’에 맞는 충전기 제조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고급화 전략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가장 빠른 350㎾ 초급속 충전기를 한 곳에 4~6대 갖춘 이피트는 충전기의 성능뿐 아니라 외관 디자인과 자재도 최고급만 채택하는 전략을 써왔다.
충전업계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스틸 자재와 대형 스크린, 둥근 모서리 등 이피트 충전기의 규격을 맞추려면 생산비용이 높아져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결국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를 통해 직접 제조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테슬라 수퍼차저 충전기는 플라스틱 소재에 구조도 단순해 제조 단가가 저렴한 편”이라며 “빠른 보급에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피트의 설치비는 대당 1억5000만원 안팎인 보통 350㎾급 충전기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이용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지만 충전소의 빠른 보급에는 걸림돌이 됐다. 이에 따라 2021년 4월 12곳이던 이피트는 현재 36곳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테슬라 충전소는 같은 기간 33곳에서 106곳으로 늘어나며 두 충전소 간 격차가 70곳으로 더 벌어졌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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