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에서 6년간 일했던 청소노동자가 퇴직금의 절반을 장학금으로 기부해 화제가 된 가운데, 그의 가족들이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가 기사로 접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딱 걸린 청소 할아버지(feat. 말 안 듣는 자식XX)'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숙대에서 퇴직한 청소부 임모(67)씨의 자녀라 밝힌 작성자 A씨는 카카오톡 가족 단체 대화방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대화에서 A씨의 동생 B씨는 아버지 임 씨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혹시 이거 아버지예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임 씨는 "어떻게 알았냐"며 놀랐고, B씨는 "저도 몰랐는데 회사 동기가 혹시 너희 아버님 아니냐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에 임 씨는 "학교에서 홍보에 도움이 된다며 인터뷰를 주선해서 일이 커져 버렸다"고 밝혔다. 이에 B씨는 "지나가는 말로 아버지 숙대에서 청소한다고 했는데 동기 중 한 명이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면서 "동기들도 다들 너무 멋있다고 하더라. 아버지 대단하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자 임 씨는 "식구들 모두 가능한 다른 데다 소문 안 나게 하라. 어제 오후부터 불편하다"고 당부했다.
해당 대화를 공개한 A씨는 "그렇게 몰래 (기부)하시다가 기사가 나서 바로 다음 날 걸리신 게 너무 웃기다. 기사 읽은 친구분들이 '야 너지? 너 맞지?'라면서 연락이 온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으로 밖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 리스펙(존경)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숙명여대에서 약 6년간 일해온 청소노동자 임 씨가 퇴직하며 학교 발전협력팀에 5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2016년부터 외부 용역업체에 고용돼 숙명여대 건물 외곽과 미화 용품 창고를 청소해온 임 씨는 퇴직금의 절반인 500만원을 내놓으며 "외부 용역업체에 소속해 숙명여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자녀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2명에게 250만원씩 장학금으로 써 달라"고 당부했다.
임 씨는 장학금을 전달하며 자신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던 바다.
한편 숙명여대는 임 씨의 뜻에 따라 장학금을 받을 학생을 찾아 다음 달 기부금 전달식을 열기로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