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주총회 통지와 투표, 회의 등 모든 절차를 온라인에서 하는 전자 주총 제도가 전면 도입된다. 전자투표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총 자체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오프라인 중심이던 주총 문화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물적분할할 때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규정은 비상장사로 확대 적용된다.
법무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든 주주가 온라인 공간에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완전 전자 주총’과 온·오프라인 주총을 동시에 열어 주주가 각자 희망하는 방식으로 출석 및 투표하는 ‘병행 전자 주총’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직접 주총 현장에 가지 않고도 출석을 인정받고 회사 경영진에 질문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의 주총 참여와 의견 개진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주총에선 투표만 전자 방식으로 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수는 약 52억3000만 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전체 주식 수(약 512억6000만 주)의 10.2% 수준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2017년 전자투표제 도입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 비율은 2021년엔 4.6%, 지난해에는 9.7%였다.
주총 소집 통지도 이메일과 문자, 모바일 메신저 등 전자적 방식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주가 전자문서로 주총 소집을 통지받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음을 명문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전자적 방식으로 주총 소집을 통지하려면 개별 주주에게 직접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통지 대부분이 우편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통지의 전자화’를 주장해왔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지난해 4월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회원사 638곳 중 366곳(57.5%)이 전자 주총 도입 과정에서 통지의 전자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총자산의 10% 이상 규모 사업을 물적분할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규정도 상법 개정안에 추가된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 같은 규제가 먼저 도입된 상장사에 이어 비상장사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뤄졌을 때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물적분할 결정으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자는 취지다. 다만 이 같은 규제로 국내에서 물적분할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물적분할 결정은 곧 주가 하락’이란 인식이 공식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물적분할을 추진하면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많을수록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여야 한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취합한 뒤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내년 개정안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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