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경제단체가 놓친 것을 전경련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소기업들의 기대가 큽니다.”
경기 남부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가 대뜸 기자에게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복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질문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라는 생각에 잠시 주춤하자, A대표는 먼저 “중소기업들의 기대가 크다”는 예상 밖 답안을 내놨다.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전경련의 부활을 중기 대표가 앞장서서 반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 환경 악화로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심하다”는 A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가 보지 못하거나 알고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문제를 전경련은 고칠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를 드러냈다.
A대표만의 ‘설레발’일까. 얼마 전 만난 경기 남부의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갑질하는 공무원, 여의도 기웃거리는 단체장이 뭘 알겠냐”며 “한국 대표 기업의 전경련 복귀는 한국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신호를 해외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기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악화한 점이 듬직한 ‘큰형’으로서 전경련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올 상반기 중기 수출(558억달러)이 전년 동기(591억달러) 대비 5.5%나 감소하고, 상반기 5대 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0.358%)이 전년 동기(0.212%)에 비해 0.146%포인트나 증가할 정도로 중기 경영 환경은 험궂어졌다. 하지만 정부와 기존의 고만고만한 경제단체들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전경련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취임 첫 행보로 중기중앙회를 방문한 점은 기대를 키운다. 류 회장의 일성도 “큰 기업이 작은 기업과 상생해야 하는데, 4대 그룹이 참여함으로써 (중기에)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때마침 전경련은 정관을 개정하면서 목적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을 추가했다. 전경련의 약속이 ‘빈말’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바람도 퍼지고 있다.
지난 정권하에서 전경련은 정치적 ‘외풍’ 탓에 껍데기만 남다시피 했다. 제 앞 가리기도 힘든 처지에 중기와의 상생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중기들도 입술이 사라진 뒤에야 이가 시린 것을 체감했다. 어렵사리 정상화의 길에 접어든 전경련이 현장에서 중기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