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 와인의 아버지’라고 불린 사람이 있다. 1968년 프랑스 보르도 지역 소비뇽 블랑을 미국에 도입해 만든 ‘퓌메 블랑’이라는 새로운 품종의 화이트 와인으로 신대륙 와인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로버트 몬다비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이름 그대로 그의 유산을 이어오고 있다. 몬다비 와이너리의 커티스 오가사와라 와인메이커를 최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로버트 몬다비 와인은 날씨 변동이 작은 캘리포니아 기후 덕분에 일정하게 양질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미국 UC데이비스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와인 메이킹 입문 수업을 듣고 와인의 세계에 빠져 진로를 바꿨다.
“1학년 때 우연히 들은 와인메이킹 수업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와인은 농업, 화학, 예술이 하나가 되는 분야라는 매력에 이끌렸죠.”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와인메이커의 산실(産室)로 알려졌다. 2008년 미국 와인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린 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 1976년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이긴 일명 ‘파리의 심판’에서 레드 와인 1등을 차지한 워렌 위니아스키 모두 로버트 몬다비 와인메이커 출신이다. 그들의 뒤를 이은 오가사와라 와인메이커는 “나파밸리 안에도 100종이 넘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있다”며 “세계 와인은 다 다른 것이지 어떤 걸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나파밸리 중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따뜻한 기후의 북쪽과 샌프란시스코만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는 남쪽 지역의 중간 지대라 포도가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는다. 그는 좋은 와인의 핵심은 신선함과 컨센트레이션(맛의 농도)이라고 강조한다. “와인은 어느 자리에서든 마시는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와인메이킹 철학이다.
“로버트 몬다비 와인은 그런 면에서 강렬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줄 것”이라는 그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로버트 몬다비의 대표 빈티지 와인을 시음했다. 코로 먼저 향을 맡은 뒤 한 모금 마시자마자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이날 시음한 와인은 ‘로버트 몬다비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투 칼론’. 투 칼론은 1966년 몬다비가 “이상적인 토양, 햇빛, 강수량을 가진 이곳은 나에게 보물”이라며 자기 와이너리의 새 보금자리로 선택한 곳이다. 오리 가슴살 요리와 함께 페어링한 ‘로버트 몬다비 에스테이트 피노누아 2021’은 그 질감과 여운에서 그가 말한 컨센트레이션이 가장 잘 드러났다.
한국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도 중요한 시장이다. 그는 “코리안 바비큐와 로버트 몬다비 피노누아의 페어링은 훌륭하다”며 “요즘 한국 거리 곳곳의 크고 작은 와인숍들이 훌륭한 와인 셀렉션을 보유한 것을 보면 와인 시장이 깊게 숙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