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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기회 열렸다"…'차이나 드림' 꿈꿨던 美 큰손들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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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쓴맛을 보고 있다. 현지 운용사에게 밀리고 미·중 갈등 리스크까지 부각되며 사업을 접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점점 더 현지 투자은행에 눈을 돌리면서 많은 중국 내 미국 투자은행의 거래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이 2021년 9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뉴호라이즌혼합증권' 펀드는 미국 기업의 고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펀드는 출시 당시 11만명 이상의 개인 투자자의 주문을 받아 9억17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끌어모았으나, 지난 6월까지 -30% 수익률을 거두며 자산이 47% 줄었다. 같은 기간 수익률이 -16%였던 벤치마크 중국 CSI 300보다 부진했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차이나드림'은 2020년 중국의 증권업 개방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국이 개인투자자에 대한 뮤추얼펀드 판매 규제를 풀자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가장 큰 기회가 열렸다"며 반겼다. 이듬해 골드만삭스는 현지 합작 증권사 지분을 100% 확보했고, 모건스탠리는 2022년 현지 합작사 지분을 94%까지 늘렸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당국이 지분 규제를 완화한 것과 별개로 미국 기업들이 사업 추진력을 얻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고 전했다. 스티브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자유롭게 운영되던 서구 비즈니스 모델이 매달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체이스는 지난해 중국 사업 연례보고서를 통해 모두 중국 내 벤처투자은행 사업에서 수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중국 현지업체인 중신증권(씨틱 시큐리티)과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각각 6%, 0.3%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지난 10년 간 7건의 기업공개를 성사시킨 데 반해 중신증권은 지난해에만 57건의 기업공개를 이끌어냈다. JP모간은 IPO 2건을 주도했고 모건스탠리는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블랙록은 200개 중국 뮤추얼펀드 운용사 중 145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과 노이버거버먼의 전액 출자 자회사의 순위는 이보다 낮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부진 원인으로는 현지 경쟁사보다 부족한 상품 구성, 미·중 갈등 리스크,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중국 경제 등이 거론된다. WSJ은 "국제 운용사들은 특정 섹터와 투자 테마에 초점 등 더 다양한 뮤추얼펀드를 내놓는 현지 대형 라이벌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자본의 중국 첨단 기술에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외국인들의 중국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현지 합작사의 해외 사업도 타격을 받았다. 데어터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국내주식을 120억달러 순매수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초부터 7월까지 중국 채권시장에서는 각각 840억달러, 2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는 지난 3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뱅가드가 2021년 중국 뮤추얼펀드 사업 계획을 포기한지 2년만의 결정이다. 앤드류 콜리어 홍콩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 전무이사는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특별히 많은 돈을 벌지 않는다면 이러한 투자가 시간과 수고를 들일 가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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