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과 태광산업이 임차해 사용 중인 롯데홈쇼핑의 서울 양평동 본사 사옥 매입 문제로 충돌했다. 태광산업과 그 계열사들은 롯데홈쇼핑 지분 44.9%를 보유해 롯데쇼핑(53.4%)에 이은 2대 주주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의 양평동 본사 건물 및 토지 매입 계획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23일 발표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그간 임차해온 본사 건물·토지를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로부터 203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양평동 사옥은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각각 64.6%, 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실적이 악화하는 마당에 별 불편 없이 임차해온 사옥을 사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롯데홈쇼핑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5%, 92% 감소했다.
태광산업 측은 “롯데지주가 현금 확보 목적으로 롯데홈쇼핑 측에 부동산 매수를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광산업은 사옥 매입 금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사옥 감정평가 등 매입 결정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한 달간 감정평가를 받아 인수액을 산정했다”며 “태광 측 이사 네 명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건을 왜 문제 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유통업계에서는 20년 가까이 지속된 롯데와 태광 간 ‘불편한 동거’가 전환점을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와 태광은 2006년 당시 우리홈쇼핑 경영권 인수를 두고 경쟁을 펼쳤다. 태광은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은 뒤에도 인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5년간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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