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를 우회해 미국으로 태양광 셀과 모듈을 수출해 온 중국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한화큐셀(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 말레이시아법인은 관세를 피하며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현지 발전사의 ‘러브콜’이 이어지며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상무부는 BYD홍콩(캄보디아법인), 뉴이스트솔라(캄보디아법인), 캐내디언솔라(태국법인), 트리나솔라(태국법인), 비나솔라(베트남법인) 등 5개 중국 기업이 동남아를 우회해 이른바 ‘편법 수출’을 하고 있다고 지난 18일 결론지었다. 이들 기업이 대(對)중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핵심 공정이 아닌 일부만 가공하는 공장을 동남아에 세우고, 여기서 만든 태양광 셀과 모듈을 미국으로 수출했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내년 6월부터 이들 법인의 수출품에 최대 254%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BYD홍콩, 캐내디언솔라, 트리나솔라, 비나솔라의 각 동남아 법인에 대해 관세 예비판정을 내렸고, 이번에 뉴이스트솔라까지 5개 중국 기업을 최종 리스트에 올렸다.
반면 한화큐셀과 중국 징코솔라의 말레이시아법인, 베트남의 보비엣솔라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법인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설립된 게 아니라 핵심 제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상무부는 기존 조사 대상인 8개 기업 외에도 우회 수출 중인 기업을 일부 적발했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관세 판정을 받은 기업 외에도 중국 기업이 추가로 적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1분기 미국에 수입된 태양광 모듈의 79.3%는 동남아에서 들여온 제품이다. 미 태양광산업협회가 “이번 조치로 발전 비용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미 정부는 중국 기업 제재를 우선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미국 내에선 중국 제품과 비(非)중국 제품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공장이 있는 한화큐셀의 태양광 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태양광 연구소 PVEL은 “한국과 인도 기업에 대한 태양광 모듈 테스트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소식에 힘입어 21일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일 대비 7.4% 오른 3만7750원에 마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