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부터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선물 가격 상한이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평상시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한도는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조정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열어 농·축·수산물과 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은 10만원이다. 다만 설날·추석 24일 전부터 설날·추석 후 5일까지는 평상시 선물 가액의 두 배인 20만원어치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그동안 농축수산업계 등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선물 가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농수축산업계·문화예술계 대표 등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농수축산물 선물 가격 상한선을 높이는 데 뜻을 모았다.
청탁금지법 담당 기관인 권익위는 전원위원회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필요성을 논의했다. 당초 권익위 안팎에서는 당정 협의가 이뤄진 지 불과 3일 만인 21일 첫 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바로 의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에 권익위는 이달 중 임시 전원위를 소집해 개정안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시행령 개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추석(9월 29일)부터 개정 규정을 적용하려면 적어도 다음달 5일 안에는 시행령 개정이 완료돼야 한다.
하지만 전원위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한 번에 통과시켰다. 권익위는 “위원들이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상황, 비대면 선물 문화와 같은 국민 소비 패턴과 유리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공연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 상품권도 청탁금지법상 선물에 처음 포함됐다. 공직자 등은 농축수산물이 아닌 선물은 5만원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권익위를 통과한 시행령은 이르면 오는 24일 차관회의를 거쳐 다음주 29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올 추석 전 선물가액 상향이 가능해진다.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이번 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 문화·예술계 등의 피해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권익위의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엄정 대응 기조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청렴선진국을 향한 범정부적인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