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의 여파로 유통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이 상반기 두드러진 실적개선 성과를 보여 관심을 끈다. 입점 브랜드를 20% 넘게 바꾸고 쇼핑 환경을 개선한 게 탄탄한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파크몰을 운영하는 HDC아이파크몰은 방문객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올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엔데믹 이후 야외공간 적극 활용
21일 HDC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아이파크몰의 올해 상반기 매출(거래액 기준)은 총 2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910억 원) 대비 20.4% 증가했다. 하반기까지 합쳐 올해 연간으로도 호실적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런 성과가 특히 의미 있는 건 다른 유통업체 실적이 둔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룬 결과여서다. 올해 상반기 백화점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1.3%에 불과하다.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성장한 수치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이파크몰이 고성장 기조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차별화 콘텐츠다. 최근 HDC아이파크몰은 주요 점포인 용산점 쇼핑몰 내 입점 매장을 개편해 용산은 물론 인근 지역 고객들까지도 쇼핑몰을 찾을 수 있도록 내부 공간 개선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용산점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자연·힐링·휴식 공간 연관 콘셉트를 일찍이 적용한 쇼핑몰로 꼽힌다. 2018년 쇼핑몰 증축 당시 ‘힐링’을 슬로건으로 걸고 ‘더 가든’, ‘더 테라스’ ‘더 루프톱’ 등 도심 속 야외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단체행사가 허용된 이후에는 야외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든 뮤지컬’, ‘테라스 시네마’, ‘어번 캠핑’, ‘시티팝 콘서트’ 등 이색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난 5월 더 가든에서 진행한 어반 캠핑 행사에서 운영했던 6개 텐트동은 만실을 달성했다.
올해 6월 CGV와 협업해 3일간 진행한 야외 영화 상영회(테라스 시네마)에서는 비가 온 시간을 제외하곤 140석이 매 타임 전석 매진됐다. 해당 야외공간들은 SNS 인증샷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아이파크몰 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이파크몰에서 미식 즐긴다
용산은 이태원, ‘용리단길’ 등을 비롯해 글로벌 맛집이 즐비한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지역적 특징을 살려 외국 현지 음식점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식음료(F&B)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서도 해외여행을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아이파크몰 용산점의 목표다.아이파크몰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트렌디한 브랜드를 유치하며 ‘용산 맛집’ 열풍에 그 힘을 더했다. 서울 3대 도넛 맛집으로 꼽히는 ‘올드페리도넛’과 소금빵의 성지 ‘오시오카페 by 아카렌가’, 대구 지역 별미 ‘요미조미 꾸덕 푸딩’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F&B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 용산점 F&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고객의 F&B 매장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는 ‘음식점 위생등급제’ 인증 획득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난달 말 기준 용산점에 입점한 F&B 매장 가운데 73곳(71%)이 인증받았다. 용산점은 몰 내 모든 입점 매장이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매장 위생을 관리하고 있다.
○“취미생활도 아이파크몰에서”
용산점은 방문객들이 쇼핑은 물론 취미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를 지향한다. 대표적인 시설이 풋살장이다. 용산점은 2012년부터 야외 7개, 실내 1개 풋살경기장을 운영하고 있다. 풋살장 연간 이용자 수는 30만 명에 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만큼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아동 전용 메이크오버(분장) 공간 ‘이모션캐슬 로열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키즈 카페 ‘챔피언 1250’에서는 주말 및 방학마다 ‘오픈런(매장 개장 시간에 맞춰 뛰어들어가는 것)’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키즈카페는 다음 달 확장 재단장 공사에 들어간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포켓몬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는 포켓몬 카드숍도 입점했다.
아이파크몰 용산점 매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챔피언 1250과 레고, 닌텐도 숍, 유·아동 의류 등을 포함한 용산점 키덜트(키즈+어덜트)&취미 상품군의 매출 연평균 증가율은 21%로 집계됐다. 아이파크몰 용산점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F&B 맛집과 야외 공간을 활용한 체험형 참여 콘텐츠, 키즈&키덜트 특화 공간 강화 등 아이파크몰만이 가지고 있는 핵심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용산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