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중국 경제 장기 침체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리를 낮게 유지해 개발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중국의 건설 기반 경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수십 년 동안 공장, 고층 빌딩, 도로에 투자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놀라운 성장을 이룬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주택 및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개발을 경제 성장의 주요 축으로 삼았다. 건설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 소비를 끌어냈다.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당국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금융 억압’ 정책을 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도 건설 경기 부양으로 극복했다.
중국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약 44%를 인프라 투자에 썼다. 세계 평균은 25%, 미국은 약 20%였다.
비구이위안 사태는 이런 토목 경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신호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4300억위안(약 260조8000억원) 규모 부채를 바탕으로 부동산을 개발했으나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믿고 아파트를 사는 수요가 없어서다. 2018년 중국 도심 아파트의 약 20%인 1억3000만 가구가 공실이었다.
지방정부 인프라도 과잉 상태다. 중국 하이난성 단저우시는 550만달러(약 73억원)를 들여 고속철도역을 지었지만 승객이 없어 한 번도 이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1인당 GDP가 7200달러가 안 되는 구이저우성에는 공항이 11개 있다. 구이저우성은 지난 4월 미상환 부채 3880억달러를 갚기 위해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중국이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리서치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GDP 추세성장률(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률)이 종전 5%에서 2019년 3%로 떨어졌고, 2030년대에는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제 성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도시화 시기에, 독일 등 유럽 국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성장을 촉진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중요한 점은 그들이 건설 수익률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