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인도양의 길목에 자리 잡은 호주의 최북단 항구도시 다윈. 도시 인구가 15만명으로 전라도 광양시와 맞먹는 규모지만 호주 대륙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북준주(연방 직할지)의 주도다. 최고 30℃ 열대기후를 보이는 다윈은 수소, 천연가스, 희토류 등 호주 천연자원의 메카다.
다윈 시내에서 약 1시간 달려 도착한 ‘다윈 LNG(액화천연가스)터미널’. 약 60만평 규모의 터미널은 귀마개를 끼고 들어갈 정도로 기계 작동 소리가 엄청나다. 터미널 안에는 아파트 13층 높이(36m)의 이산화탄소 흡수탑 2대가 우뚝 솟아있다. 바로 옆에는 21m에 달하는 재생탑 1대가 가동 중이다. 다윈 터미널은 2003년부터 500km 떨어진 동티모르해 인근 ’바유운단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져오고 있다. 이후 흡수탑과 재상탑 등 탄소포집 설비를 거쳐 가스 안에 있는 이산화탄소 등 불순물을 빼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 370만t의 천연가스가 LNG로 처리돼 수출 중이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전체 LNG 소비량의 8.2%에 달한다. 포집된 60만t의 이산화탄소는 대기중으로 방출된다.
다윈 LNG 터미널은 천연가스 개발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의 ‘허브’가 될 전망이다. SK E&S는 2020년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로부터 다윈 LNG 프로젝트 지분 25%를 약 3억9000만달러(약 3452억원)에 인수해 이 곳에서 저탄소 LNG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SK E&S는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 산토스, 일본 발전회사 제라와 바로사 가스전(천연가스 생산)-다윈 LNG 터미널(탄소 포집)-바유운단 가스전(이산화탄소 저장)으로 이어지는 ‘CCS 적용 LNG 개발’을 진행 중이다. 참여사들은 2025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 E&S를 포함한 참여사들은 올해 말 바유운단 가스전이 고갈됨에 따라 약 380km 떨어진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가져올 방침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다윈 터미널로 보내 LNG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고 고갈된 바유운단 가스전 밑에 저장하는 것이 골자다. 리처드 힝클리 산토스 청정에너지 및 개발담당 이사는 “바유운단의 가스 파이프라인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배관으로 재활용된다”며 “기술적 장벽은 다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는 국내로 들어와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SK E&S는 충남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 들어설 블루수소 플랜트에서 오는 2026년부터 연간 25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포집 후 전용 수송선을 통해 호주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돌아가 영구히 묻힌다. 연간 약 1000만t의 이산화탄소 저장이 가능한 바유운단 가스전은 향후 처리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호주 정부도 프로젝트에 적극적이다. 니콜 매니슨 호주 북준주 부총리 “연방정부와 함께 다윈의 LNG 터미널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지지하고 이런 기조는 변함 없다”며 “한국과 함께 CCS에서 리더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다윈(호주)=강미선 기자
다윈(호주)=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