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이 HMM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고민을 거듭했지만 그룹의 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1일 예비입찰 닻을 올리는 HMM 인수전은 LX, 하림, 동원, SM그룹 간 4파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수조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중견그룹들의 경쟁이 예상되면서 매각 절차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고민하던 LX 전격 선회…4파전 전망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지난 16일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으로부터 HMM 매각에 대한 상세 내용이 담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하고 본격 검토에 나섰다. 인수 주체는 LX인터내셔널이다.LX그룹은 HMM 인수전 초반부터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물류자회사인 LX판토스가 HMM의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면 운임을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시너지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종합 상사인 LX인터내셔널은 화물 물동량이 급증하는 등의 특수 상황에서도 HMM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규모 광물 자원 등을 싣고 나를 수 있다. 그룹 내에선 재무 부담을 이유로 부정적 기조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서야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선회해 주관사 선임 등 절차에 들어갔다.
LX의 참전으로 이번 인수전은 4파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인수를 검토하던 글로벌세아는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하파크로이트도 IM을 수령해 인수전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남은 국적 해운사인 HMM을 해외에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12조원 현금 빼가기 막아야”
예비입찰을 앞두고 자금조달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JKL파트너스와 손잡은 하림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들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끌어들여 자금조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필요하면 1조원대로 평가받는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부지를 유동화해서라도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동원그룹도 하나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회사와 인수금융 조달을 논의하고 있다. LX는 방계 그룹인 LG그룹과 GS그룹의 지원 여부가 변수로 거론된다.중견기업의 잇단 도전장에도 매각 성사를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하림(17조원) SM(16조원) LX(11조원) 동원(9조원) 모두 HMM(24조원)보다 기업 규모가 작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6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후보의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많지 않다. LX(2조4000억원)가 가장 많고 하림(1조5000억원), SM(1조원), 동원(6000억원) 순이다.
인수금융도 만만찮다. 금리만 연 8%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4조원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면 연 이자만 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업계에선 HMM의 자산을 담보로 부족한 인수대금을 채우는 LBO(차입매수) 우려를 내비친다. HMM을 인수한 기업이 향후 배당으로 인수과정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분기 기준 HMM의 현금성 자산은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인수자의 무리한 배당을 막기 위해 매각 측이 본입찰 단계에서 별도의 주주 간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예비입찰에서 인수 및 운영 여력을 갖춘 기업이 들어오지 않으면 매각 절차를 전면 중단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산은은 HMM 매각 절차가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