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그로크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의 첫 고객사로 확보했다. 내년 하반기 테일러 공장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파운드리 물량 수주전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에선 TSMC와의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칩·가속기 전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그로크는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동 예정인 삼성전자의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SF4X)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제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고객사인 팹리스 중 테일러 공장에서 칩 양산 계획을 공개한 건 그로크가 처음이다.
그로크는 2016년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조너선 로스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회사다. 임직원 다수는 구글에서 AI 반도체를 개발하던 엔지니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크는 AI 학습과 추론 중 추론에 특화된 칩과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그로크는 텐스토렌트, 세레브라스 등과 함께 향후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떠오르는 스타트업으로 통한다. 그로크는 2021년 4월 성장성을 인정받아 ‘타이거글로벌’ ‘D1캐피털’ 같은 세계적인 벤처캐피털(VC)로부터 3억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받았다.
그로크가 삼성전자 공장에서 생산할 차세대 AI 칩은 기존 제품 대비 최고 네 배가량 전력 효율이 높고, 성능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크는 8만5000개에서 최대 60만 개의 칩을 활용해 AI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짓고 있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칩 양산에 들어간다. 그로크의 AI 칩과 가속기도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생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와의 고객 확보전도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AMD는 TSMC, 테슬라와 퀄컴 등은 삼성전자의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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