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25개 자치구에도 큰 고민거리다. 각 구청장은 주거 환경 개선, 돌봄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구청장들 사이에서는 합계출산율이 높은 강동·성동·노원 3개 구청장이 부러움을 사는 편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구’라는 인정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3개 구의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은 각각 0.72명으로 관악구(0.42명) 광진구(0.46명)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워킹스쿨버스 등 아이디어 만발
성동구는 2021년을 제외하고 최근 6년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출생률을 기록했다. 성동구는 부모들이 힘들이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2014년부터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했다. 지난 10년간 성동구 내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51곳에서 81곳으로 늘었다. 어린이 10명 중 7명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수용할 수 있다.
2020년 6월 서울시 최초로 시행한 ‘임산부 가사돌봄 서비스’도 구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소득 기준 없이 하루 4시간 청소, 세탁 등의 가사돌봄을 대신 해주는 도우미를 가정에 파견하고, 응급상황에서 병원까지 같이 가준다.
아이들의 등하굣길에 인솔자를 배정해 스쿨버스를 타는 듯한 효과를 내는 ‘워킹스쿨버스’ 노선도 구민들 사이에서 이름난 정책이다. 구에서 채용한 84명의 교통안전지도사가 등하교 방향이 비슷한 아이들을 모아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올해 워킹스쿨버스는 관내 17개 초등학교에서 38개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학 중에도 운행돼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등교시킬 수 있다.
주거환경 개선 효과 커
강동구는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보다는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62개 세부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업이 다자녀 가정에 매달 10만원씩 후원하는 ‘윈윈 프로젝트’를 통해선 24개 기업과 41개 가정을 연결했다.임산부에게 프리미엄 택시 이용권(6만원)을 주는 ‘아이맘 택시’ 사업은 호응이 좋아 서울시가 ‘서울엄마아빠택시’ 정책으로 받기도 했다. “최근 재개발을 마친 고덕·둔촌·강일·상일동이 주거 여건이 좋아지면서 젊은 층의 유입이 대폭 증가한 것도 출생률이 오른 비결 중 하나”라고 구청 측은 설명했다.
노원구는 합계출산율이 3년 연속 상승세다. 4세~초등학생 아이가 아플 경우 찾아갈 수 있는 ‘아픈아이돌봄센터’는 구의 대표 공공 돌봄 서비스로 꼽힌다. 전담 간호사 1명과 돌봄선생님 5명이 상주하는 센터는 당장 아픈 아이를 부모 대신 돌봐주는 이웃집 같은 곳이다.
구는 방과 후 돌봄공간 ‘서울시 키움센터’의 모태인 ‘아이휴센터’ 27곳도 운영하며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을 덜어준다. 또 교사를 충원하는 방식의 보육 정책 대신 교사 1인당 보육 아동 수를 줄이는 ‘노원안심어린이집’을 2022년 도입해 여유롭고 쾌적한 보육 환경을 조성했다. 반응이 좋아 국공립 외에 민간어린이집에도 확대했고, 올해 총 127곳이 참여 중이다.
고령사회 맞춤 정책도 시급
저출산은 고령화와 ‘세트’를 이룬다. 각 자치구는 저출산 지원뿐만 아니라 고령화사회 대비에도 부심하고 있다.동작구는 지난해 부임한 박일하 청장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어르신행복콜센터’를 열었다. 어르신이 센터에 전화를 걸면 돌봄, 건강, 일자리, 여가 등 통합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상담 과정에서 단순 정보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지관, 민간 자원봉사자 등과 상담자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해준다. 총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얻어 ‘2023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고령인구 비율이 22%에 달하는 강북구는 서울디지털재단 공모사업에 참여해 인공지능 로봇 ‘알파미니’를 활용한 어르신 정서케어, 인지훈련,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을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중증장애인 및 저소득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를 올해부터 확대 시행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