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PC용 칩 시장과 달리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업황은 하반기에 살아날 겁니다.”
포레스트 노르드 AMD 수석부사장은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기업들이 올 상반기 재고 조정을 마무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버용 CPU 큰손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클라우드기업이 작년 말까지 쌓아뒀던 반도체 재고를 올 상반기에 많이 줄였기 때문에 올 하반기 구매를 재개했다는 분석이다. 노르드 수석부사장은 AMD의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터(서버)용 CPU·솔루션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임원으로 AMD의 2인자로 불린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버용 CPU 시장이 살아나면 짝을 이뤄 함께 장착되는 D램 수요도 자연스럽게 커질 전망이다. D램 세계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올 하반기 실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AI) 확산이 서버용 반도체 시장 성장의 ‘트리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MD는 CPU 에픽을 앞세워 인텔이 장악하던 서버용 CPU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4년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 취임 직후 0%에 가까웠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약 30%까지 올라갔다. AMD는 서버용 CPU 시장에서 저전력 칩을 앞세워 고객사를 늘릴 계획이다. 노르드 수석부사장은 “최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이 증가하면서 고객사로부터 전력 효율이 높은 칩을 납품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AMD는 칩 설계 단계부터 저전력을 핵심 화두로 놓고 개발하기 때문에 전력 효율이 높은 칩을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AI용 서버의 데이터 학습·추론을 돕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와의 치열한 경쟁도 예고했다. AMD는 올해 4분기께 AI용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MI300 가속기 제품(사진)을 출시할 계획이다. 노르드 수석부사장은 “요즘 사업 미팅에서 대화 주제의 75%가 AI일 정도로 관심이 크다”며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AMD도 고성능 칩과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고객사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고객사 관계자들이 ‘엔비디아 제품으로 돌리던 AI 프로젝트를 AMD로 바꿔봤는데 잘 작동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인수한 자일링스와 AMD의 시너지 효과도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일링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반도체 기술력을 갖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다. AMD가 490억달러(약 65조원)에 인수했다. 노르드 수석부사장은 “PC용 CPU의 예를 들면 자일링스와의 협업을 통해 화상회의 때 눈의 초점을 자연스럽게 하는 AI 성능을 높인 제품을 이미 공급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론 PC 같은 기기에서 개인 맞춤형 챗GPT를 구동하는 데 자일링스의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기업이고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