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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게임강국 韓이 넘어야 할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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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산업의 선봉은 누가 뭐래도 게임이다.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21조1800억원. 이 중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11조원을 넘는다. 국내 콘텐츠 수출액의 60% 이상을 게임 업체가 책임지는 구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에 비견되는 캐시카우가 매년 꾸준히 쏟아진 결과다. 한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기준 7.6%로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10대 게임 업체의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하는 배경이다.
'고티'를 내놓지 못하는 한국
남부럽지 않은 한국의 게임업계에도 아쉬운 대목이 있다. ‘고티(GOTY·Game of the year)’로 불리는 ‘명작’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게임업계는 매년 전 세계에서 출시된 게임을 놓고 고티를 뽑는다. 2014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더 게임 어워드’가 고티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더 게임 어워드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고티를 선발하고 있지만 한국 업체의 작품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7년 크래프톤(당시 펍지스튜디오)의 ‘배틀그라운드’가 더 게임 어워드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이 유일한 성과다.

한국 게임업계가 고티와 인연이 없는 것은 철저히 수익성 관점에서만 게임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과금을 유도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세로 자리를 잡다 보니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1998년 출시된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대성공이 이런 흐름을 만들었다. 리니지는 중세풍의 판타지 게임으로 승부욕을 자극하는 공성전 콘텐츠가 특징이다. 이 게임에 푹 빠져든 애호가들은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는 아이템을 앞다퉈 구입했다. 이른바 ‘린저씨’로 불리는 충성 고객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는 국내 최대 게임사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최근 MMORPG가 중심인 한국 게임의 전성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분기 한국 게임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곳의 매출 합산액은 3조284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더 심각하다. 이들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4055억원으로 작년 이맘때의 54%에 불과하다. MMORPG의 원조인 엔씨소프트는 이 기간 영업이익 하락 폭이 71%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게임업계에 갑작스레 불어닥친 위기의 배경으로 다양성 부족을 꼽는다. 리니지 스타일 MMORPG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이 쪼그라들었다는 설명이다. 숏폼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긴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MMORPG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콘텐츠산업의 성공 방정식
게임업계의 자승자박은 다른 콘텐츠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환생한 주인공이 과거에 대한 지식을 발판 삼아 승승장구하는 회귀물이 판치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이나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아이돌을 양산하는 연예기획사도 게임업계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성공작을 복제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결국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고티를 목표로 경쟁자가 안 가본 길에 도전하는 용감한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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