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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대 역행하는 포괄임금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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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모습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모든 근로자가 한 장소에 모여서 같은 시간에 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정보기술(IT) 산업 고도화에 따라 특정 장소나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근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스마트 기기와 IT를 융합한 스마트워크가 확산세다. 최근에는 ‘워케이션(일+휴가)’이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까지 등장했다. 업무 시간과 공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우리 노동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1950년대 공장제 노동을 규율했던 방식이다. 오히려 역행하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포괄임금 계약 금지 법안이 그렇다. 포괄임금 계약을 금지하면서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을 측정·기록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인데, 낡은 노동법 체계에 더욱 강력한 시간의 사슬을 얽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포괄임금 계약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관련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 시간 또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이다. 노사의 현실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물이다. 최근 법원은 약정한 수당이 실제 근로시간에 미달할 경우에는 이를 보전하도록 했다. 적법한 포괄임금 계약 운용은 항간의 ‘공짜임금’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

포괄임금 금지가 자칫 과거로 노동시장 환경을 되돌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오늘날의 노동 환경에서는 단지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다고 적정한 근로를 제공했다고 담보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경직된 근로시간 법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대한 엄격한 관리·통제로 노사 갈등과 혼란도 우려된다.

일부 법안처럼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막겠다며 포괄임금 계약을 금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급되던 연장수당 등을 보존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은 더 큰 문제다. 기존의 연장수당을 사실상 기본급화하도록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 제도가 산업 발전에 역행하거나 우리 경제 질서의 근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미래 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기반만 약화시킬 뿐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기업은 100마일로 달리는데 정부는 2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로 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과연 어떤 방식이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일의 방식에 걸맞은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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