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 내 통근버스를 운전하는 현대자동차의 위탁업체 소속 운전기사는 원청인 현대차의 직원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현대차와 위탁업체 간의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A씨 등 10명의 근로자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는 2018년 1월 구내 버스 및 의전차량 운영업무를 B사에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다. B사 소속 A씨 등은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직원 출퇴근이나 공장 견학 등 구내 버스 운전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이외에도 업무용 차량 정비나 주유 지원 업무도 함께 담당했다.
2년이 지난 2020년 A씨 등은 현대차가 자신들을 파견근로자로 인정하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은 구체적으로 "현대차와 B사가 맺은 업무위탁계약은 사실상 근로자파견 계약"이라며 "업무 또한 현대차 직원들로부터 직접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근로를 시작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파견회사에 고용이 된 것으로 본다.
법원은 현대차와 위탁업체 간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파견 인정 조건 중 하나인 '업무수행에 관한 직·간접적 지시'가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등은 현대차 측의 요청으로 구내 버스 운행 정보를 받고 운행했다"면서도 "이는 B사와의 계약에 있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일 뿐 구속력이 있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현대차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보기 힘들다고도 지적했다. 업무 간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수행한 운전업무는 현대차 사업의 본질적 업무인 자동차 제조 및 판매업무와 명백히 구별된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 총무팀 소속 근로자들도 운전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전달하는 데 그쳤을 뿐 서로 업무를 보완하거나 협업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측은 "현대차가 면접에 관여해 근로자를 선발하고 근무시간과 급여 등을 결정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이 역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진술서나 녹취록 등의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