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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의 나머지 지분 25%를 인수하기 위해 비전펀드와 협상에 돌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비전펀드1가 보유한 ARM 지분 25%를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ARM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지분 75%,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이뤄지면 비전펀드1 투자자들이 많은 수익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다. 비전펀드1 의 대표 투자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E), 아부다비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등이 있다. 비전펀드1은 그동안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등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보았는데 이번에 ARM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규모 수익을 가져갈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ARM은 9월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시가총액이 600억달러(약 79조원)를 넘어 올해 미국 증시의 최대 IPO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펀드1은 ARM의 기업공개(IPO) 후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 지분 규모를 고려할 때 이 과정은 최소 1~2년이 걸리고, ARM 주가가 흔들릴 경우 리스크(위험)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도 비전펀드1이 보유한 ARM의 주식을 매입하는 쪽이 유리하다. 비전펀드1이 투자 이익을 거둬야 이 자금을 새로운 투자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2를 론칭했으며 현재 세 번째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는 이번 협상을 위해 투자은행 레인 그룹 등에서 외부 투자 자문을 고용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비전펀드가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식통은 "현재 양측이 거래를 진행 중인 만큼 ARM의 정확한 평가액을 알 수 없다"며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를 들여 ARM을 인수했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달러(약 52조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상장을 추진해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