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의 핵심 골격을 만든다. 3국 정상이 국제 다자회의 계기 외에 별도로 한곳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정상회의는 한·미·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 21세기 외교사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안보 협력의 핵심 골격을 제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국 협력의 공동 비전과 기본 원칙을 논의한다는 취지다. 3국 정상은 18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논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내 공동 위협, 즉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된다. 3국 정상이 발표할 공동성명에도 북핵 위협 대응 방안이 명시될 가능성이 크다. 김 차장은 “3국의 미래 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 협력과 공급망 안정 등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히 3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럽연합(EU)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연계해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핵심 협의체로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3국 정상이 최소 연 1회 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3국 협력체가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차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일 3자 협의체는 인도·태평양지역 내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정보 공조, 인공지능(AI) 및 사이버 문제 등도 정상회의 안건에 오를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3국이 어떻게 공조할 것인지도 정상회의에서 논의된다.
한·미·일 3국이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동성명에 중국을 직접 명시해 한·미·일이 중국을 적대시한다거나, 중국 때문에 공조한다는 식의 표현이 담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와 첨단기술, 공급망 분야 등에서 3국이 협력 수위를 끌어올린다는 발표 자체가 이미 중국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는 의제로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1년 이상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신력 있는 전문가 조직을 동원해 조사했고,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은 양자 차원에서 함께 협의해왔기 때문에 일본이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3국 정상은 개별 양자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 3국 정상이 이번 회의를 통해 개인적으로 친교를 나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하는 것 자체가 격식이 없다는 의미”라며 “편안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친분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정상 부인들은 이번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하지 않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