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새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할 때 필요한 판단은 금융당국이 아니라 보험사들이 한다. 금융당국이 계리적 가정의 구체적인 수치를 결정해 강제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기구인 IFRS재단은 10일 기자의 이메일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IFRS재단은 2001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재단 산하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만든 회계기준이 세계 14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확정했지만 업계에선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가 골자인 IFRS17 체제에선 보유 중인 보험계약의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보험계약마진(CSM)’이 핵심 경영지표로 떠올랐다. 일부 보험사가 CSM을 부풀리기 위해 계리적 가정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금감원이 공통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일각에선 IFRS17의 기본 원칙이 자율과 책임인데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IFRS재단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재단은 이메일 답변에서 “IFRS17은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이기 때문에 (계리적 가정 등을 사용할 때)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다만 판단 근거와 적용 결과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어 (한국 금융당국의 공통 가이드라인에) 추가적 논평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IFRS17은 보험 계약에 대해 세계 어디서나 비교 가능한 최초의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 보험사의 재무제표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각 회사의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강제하면 “국내용 회계기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이 IFRS17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IFRS17이 적용되는 일반회계기준(GAAP)이 아닌 각국 감독당국이 정하는 감독회계기준(SAP)에 관한 것”이라며 “보험사들이 합당한 명분이 있다면 GAAP를 별도로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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