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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 사바캐피털의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보아즈 웨인스타인(사진)이 올 들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세장을 예견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예상과 달리 미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며 손실이 불어났다는 평가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웨인스타인의 사바캐피털이 운용하는 주력 펀드의 손실률이 올 들어 7.7%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펀드 운용자산(13억달러)을 고려하면 1억달러가량의 손실을 본 것이다. 시장 변동성을 헤징하기 위해 조성된 별도 펀드의 손실률은 8.1% 기록했다.
웨인스타인 CIO는 신용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던 2012년 JP모간의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 사건 '런던웨일'을 처음 발견해 미국 금융계 전설로 통한다.
사바캐피털은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할 때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이를 통해 헤지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73%)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에는 변동성 확대에 배팅하며 수익률 22%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과 주식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작년 말부터는 경기침체를 예견하고 이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웨인스타인 CIO는 지난해 10월 FT와의 인터뷰에서 "물가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긴축 강공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일본식 약세장'에 접어들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웨인스타인은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기업들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에 투자했다.
웨인스타인은 경기 연착륙 전망을 부정하며 장기간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도 예단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의 끝 모를 양적 긴축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역풍이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어려운 경제 여건이 2~3분기 안에 끝나지도 않을 것이고, 우리 경제가 연착륙한다거나 얕은 불황 끝에 회복할 것 같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웨인스타인의 예상과 달리 올해 주식 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열기로 인해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S&P500 지수는 올 초부터 9일까지 약 18% 상승했다. 미국 경제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물가 상승세는 꺾였고 소비심리는 되살아났다. 각종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은 확산했다.
FT는 "주요 국가의 통화긴축 기조가 끝날 조짐을 보이자 약세장에 대한 예측이 힘을 잃었다"며 "사바캐피털을 비롯해 약세에 배팅한 헤지펀드가 줄줄이 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