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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기후 위기, 거대 자동차기업 무너뜨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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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 '대마불사' 기업도 아랑곳없어

 유럽, 미국, 한국, 일본 등 대부분의 자동차 생산국이 신음하고 있다. 지구 공동체인 UN이 기후 위기를 명분으로 앞세워 배출가스 규제 강화를 통해 압박하고 있어서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하소연을 해도, 규제 강화가 차값 인상으로 연결돼 경제적 약자의 이동권이 제약받는다 해도 소용이 없다. 기후 앞에 놓인 과제는 '인류의 지속성'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속되지 못하면 자동차나 일자리도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이다. 물론, 정치도 국가 의미도 퇴색된다. 그래서 기후는 기업에게 지켜야 할 가치를 넘어 자칫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시'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어떤 논리도 기후 압력을 물리치지 못한다. 점차 뜨거워지며 벌어지는 기후 이상 현상을 모두가 실감하고 있어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 기온과 경험하지 못했던 대홍수, 그리고 사라지는 만년설과 빙하를 볼 때마다 걱정을 쏟아낸다. 그렇지만 이미 고착화 된 일상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환경적 행동을 하는 것도 어렵다. 흔히 '아나바다'로 표현되는 캠페인이 벌어지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소비가 줄어 경기 위축을 걱정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실내 적정온도를 높이면 더위를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선택한 것이 모든 제조물을 만들 때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규제 강화다. 동시에 제조물이 쓰일 때도 탄소 배출을 줄이라고 거듭 촉구한다. 그리고 대표적인 분야가 수송 부문의 화석연료 사용 금지다. 다시 말해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방식은 지속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쏟아낸다.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선언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안으로 국제사회는 전기차를 권고한다. 동시에 내연기관의 배출 규제는 더욱 옥죈다. 그러자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제조사는 전기차를 만들어 쏟아낸다. 하지만 소비자는 시큰둥하다. 충전이 불편하고 경제적 장점도 별로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때 다시 시선을 국제사회로 돌려 규제 강화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그건 기업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쏘아붙인다. 기업 이익 여부는 기후 문제와 무관하다고 여길 뿐이다. 오히려 내연기관차 만들기를 포기하겠다면 그렇게 하라며 반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자동차 기업, 특히 내연기관 비중이 높은 제조사는 진퇴양난이다. 규제는 전기차 판매를 독려하지만 시장의 소비자는 폭증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격을 내리고 이익을 줄여가며 억지로 판매하지만 여의치 않다. 배터리를 저렴한 소재로 바꾸고 탑재 용량을 낮추는 식으로 이익 확보를 시도하지만 소비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유일한 탈출구는 내연기관을 생산을 포기하고 소비자 선택권에 전기차만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들은 다른 제조사가 만든 내연기관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모든 제조사가 동시에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로만 내놓으면 가능하겠지만 쉽지 않다. 그 사이 배출 규제는 더욱 강화돼 내연기관 생산 및 판매 부담은 계속 오르기 마련이다. 
 
 도저히 기업 지속이 어렵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하소연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들 또한 인류의 위기라는 기후 문제 앞에선 그저 약자일 뿐이다. 오히려 탄소 배출 동참 의지를 활활 불태워야 국가의 지속도 가능하다. 

 이때 제조사가 꺼내든 해결책은 부분적 내연기관 포기다. 대표적으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전기차만 등장한다. 앞서 포터와 봉고 등의 1t 트럭은 2024년부터 전기차와 LPG만 출시되는데 제조사는 전기차에 사활을 걸었다. 여전히 전기차 선택을 머뭇거리는 소비자 시각에서 다용도의 소형 화물차를 구입하려면 전기차를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식이다. 

 물론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에너지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2025년 이후 전기차라는 이유로 제네시스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는 다른 내연기관 고급차를 찾아 이동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전기차 제품군을 구성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기후의 '가치'가 '가시'로 바뀌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가시가 되면 제조사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후는 자동차 기업이 망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탄소 배출 압박은 모든 자동차 기업이 받는다.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는 개별 기업의 판단이다. 다만 기후는 빠른 전환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무겁게 던진다. 그리고 메시지의 중압감은 어지간한 규모의 자동차 기업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만큼 강력한 압박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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