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9일부터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태풍 카눈은 작년 포항에 큰 피해를 준 ‘힌남노’보다 강도가 강한 데다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관통하는 특성 때문에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최대 600㎜의 물 폭탄도 쏟아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8일 태풍 카눈이 10일 경남 통영에 상륙한 뒤 같은 날 오후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했다. 카눈은 피해를 키울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선 태풍 강도가 세다. 한반도 상륙 시 카눈의 예상 중심 기압은 970h㎩(헥토파스칼)이다. 작년 9월 포항 등에 큰 피해를 준 힌남노(중심 기압 950h㎩)를 넘어 최악의 피해를 일으켰던 2003년 9월의 ‘매미’(중심 기압 965h㎩)와 비교된다. 당시 집채만 한 파도가 경남 남해안 곳곳을 덮쳤고 4조2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중심 최대 풍속 역시 상륙 시점에 초속 35m로 ‘강’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후 10일 오후 전주 북동쪽에 도달한 뒤 ‘중’(초속 25m 이상 32m 미만)으로 바뀐다. 태풍 강도 ‘강’은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인 경우로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해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29도”라며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고온의 수증기가 많아져 태풍이 더 세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태풍이 시속 15㎞로 느리게 이동하면서 수도권을 관통하는 점도 긴장 요인이다. 속도가 느린 만큼 한반도에 오래 머물러 피해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2002년 8월 시속 15㎞로 한반도를 통과한 태풍 ‘루사’와 비슷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루사는 당시 하루 동안 제주에 1000㎜, 강원 강릉에 870㎜의 물폭탄을 뿌렸다. 재산 피해만 5조1429억원에 달했다. 카눈은 11일 오전 휴전선 위로 물러날 전망이다.
이번 태풍의 강풍 반경은 350㎞에 달해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관측된다. 예상 강우량은 강원 영동 지역에 최대 600㎜, 경상권 300㎜, 수도권 150㎜, 충청권 200㎜다. 폭우 강도도 거세져 강원 영동, 경상 서부 내륙, 전라 동부, 제주 등은 시간당 40~6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수도권 등 그 밖의 지역도 시간당 30㎜의 호우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9일 오후 제주 지역을 시작으로 밤 경남·호남, 10일 경북·충청·수도권에 태풍 특보를 발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카눈 북상에 대응해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경보)를 3단계(심각경보)로 상향했다. 중대본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지하, 급경사지, 지하차도, 하천변, 해안도로, 방파제 등을 통제하고 주민 대피를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8일 오후 6시 현재 경남 지역 해수욕장 5곳이 통제됐다.
11일 오후 열리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막식과 K팝 콘서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11일 새벽부터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비바람 등의 간접 영향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또 제7호 태풍 ‘란’이 이날 오전 9시 일본 도쿄 남동쪽 약 1500㎞ 부근 해상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