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4일 15: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공모주 열풍’으로 IPO시장에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다. 금감원이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에만 제출하는 IPO 기업의 ‘영업위험평가서’ 보고서까지 공유 받으면서 심사 기조가 더 깐깐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상장을 담당하는 주관사가 기업의 영업 리스크 등을 평가해 제출받는 ‘영업위험평가 보고서’ 자료 일부를 감독원과 공유하기로 했다. 영업위험평가서는 주관 증권사가 △영업환경 △재무 △관계회사 △유통주식 등 IPO 청구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을 거래소에 제출하는 보고서다. 금감원은 이 보고서뿐 아니라 IPO 청구 기업 관련 각종 자료를 거래소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청구기업 관련 보고서를 제공하는 대신 금감원으로부터는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사항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IPO를 마무리하려면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한 뒤에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수리 절차를 거친다. 금감원은 신고서 제출 전에 상장 청구기업의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미리 공유 받아 빠르게 신고서를 수리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요즘 금감원의 신고서 정정이 부쩍 늘고 있던 상황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 중 1회 정정 요구받은 기업은 전체 58개 기업 가운데 28회(48%)였다. 올해 들어선 1회 정정을 받은 기업은 30개 기업 중 9개 기업(30%)으로 감소했지만 2회(22%→33%), 3회(17%→26%) 정정을 요구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틸론 등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고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기업들이 IPO를 철회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금감원의 정면으로 정정요구를 해서 철회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틸론의 경우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틸론에 대법원 소송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등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 등을 기재하라고 요구했다. 이 일로 ‘상장 예비심사 이후 6개월 이내 상장을 마쳐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상장이 무산되면서 최백준 틸론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임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청구기업의 잘못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금감원이 정면으로 IPO 철회를 공식화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며 "금감원의 신고서 심사 과정이 유독 깐깐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거래소와 함께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로드쇼’를 개최하는 등 겉으로는 기술특례 상장을 장려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투자자 보호를 앞세우면 상장 가능한 특례상장 기업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