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아파트 담보대출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진 상황에서 전체 대출의 절반가량이 5년 내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이은 다음 뇌관이 아파트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한 미국의 다가구 건물(multifamily-building) 담보대출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1조9893억달러(약 2611조원)로 집계됐다. 2015년 1분기 9992억달러에서 8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그동안 미국에서 아파트 투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미국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단독주택(싱글 하우스)과 타운하우스에 비해 적은 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저금리 시대에 아파트 투자자들은 낮은 금리로 아파트 가격의 80%가량을 대출받아 이자보다 많은 임대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Fed가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서다. 지난해 3월까지 제로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1년5개월 만에 연 5.25~5.5%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대출 금리도 급등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하는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초 연 3.5%에서 올 들어 연 5.5% 수준으로 올랐다. 마켓워치는 이날 주택담보대출 이자 비용을 포함한 미국 소비자 고통지수가 20년 내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물가 상승으로 각종 아파트 관리비용도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 집주인이 부담하는 수리비와 보험료가 급등했다.
이자와 관리비 부담이 커졌지만 아파트 소유주들은 임차료를 그만큼 올릴 수 없다. 많은 부동산 전문 기업이 아파트 임대 시장에 진입하면서 임차용 아파트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리 급등 속에 아파트 투자 수익이 떨어지자 아파트 가격은 급락했다. 미국 부동산 정보회사 코스타에 따르면 미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4% 떨어졌다. 2021년 7월부터 1년간 25% 급등했지만 1년 만에 급락세로 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조달러에 육박하는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다가구 주택 대출액의 절반가량인 9807억달러의 만기가 도래한다. 만기가 되면 아파트 담보대출자는 새 대출금리를 적용받아 물어야 할 이자가 확 늘어난다. 아파트 담보대출은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를 적용받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은행들이 금리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단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늘렸다.
늘어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아파트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30억달러 규모 다가구 주택을 보유한 니티아캐피털은 지난 3월 투자자들에게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기대 수익치를 낮췄다고 알리기도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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