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7년간 알아차리지 못한 경남은행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지적받는 가운데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 책임론도 일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 투자금융기획부장 이모씨(50)는 세 가지 수법으로 횡령을 저질렀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부실화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상환된 대출금을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해 77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2021년 7월과 작년 7월엔 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대출금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옮겨 326억원을 빼냈다. 작년 5월엔 PF 대출 상환 자금 158억원을 본인이 담당하던 다른 PF 대출 상환에 유용했다.
이씨가 PF 대출 상환 자금 횡령을 시작한 2016년엔 안진회계법인, 범행이 이어진 2017년엔 삼일회계법인이 경남은행 외부감사 업무를 맡았다. PF 대출금·상환 자금을 빼돌린 2021~2022년 외부감사인은 안진회계법인이었다. 경남은행 사업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이들 회계법인이 재고자산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업계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샘플링(표본조사)을 적용해 업무 담당자가 고의로 내부 서류를 조작하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일이 외부감사인이었던 2017년엔 부실 PF 대출 상각채권에서 회수될 금액을 개인계좌로 빼돌리는 식으로 횡령이 이뤄졌다"며 "이 경우는 채권이 애초에 손실처리 돼 장부에도 남지 않아 회계감사를 하더라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경남은행 횡령 사건을 검사하는 금융감독원도 회계법인 감리 착수 등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감리는 회계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과 회계법인을 제재, 징계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남은행이 회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게 1차적인 책임”이라면서도 “회계법인도 감사에 소홀한 부분이 확인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회계법인 제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의 외부감사 업무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감리를 하지 않았다. 횡령 금액이 자산 및 매출 규모 대비 1% 이상 비중을 차지하면 감리가 이뤄지는데 우리은행은 자산이 440조원에 달해 자산 대비 횡령(700억원) 비중이 0.015%였다. 이번 경남은행(자산 60조4357억원)의 자산 대비 횡령(562억원) 비중은 0.092%다.
김보형/선한결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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