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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사채 300조 넘어…국가신용 믿고 '빚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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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사채 발행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부실 공기업들이 암묵적인 정부 보증을 통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채 중독’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2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중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32개 공기업의 사채 발행 잔액은 30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249조8000억원)보다 54조6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201조8000억원) 대비로는 100조원 넘게 늘어나는 규모다.

작년 말 기준 공기업 부채는 508조원으로 1년 만에 78조6000억원 늘었다. 평균 부채비율도 250.4%로 1년 만에 51.2%포인트 높아졌다.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사채 발행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기업들은 508조원의 전체 부채 가운데 66.3%인 337조원을 대출과 사채 발행 등 외부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외부차입금 가운데 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3.3%에 달했다.

기업별로는 한전의 사채 발행 규모가 105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전은 외부차입금 가운데 87.2%를 사채로 조달했다. 한국도로공사(31조원) 한국철도공사(13조원) 한국수자원공사(8조원) 등 주요 공기업의 사채 조달 비중은 90%를 넘었다.

올해 사채 발행 역시 한전이 주도하고 있다. 한전이 올해 계획한 사채 발행 규모는 31조원으로 공기업 전체 증가분(54조6000억원)의 56.7%에 달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6조5000억원) 한국가스공사(6조2000억원) 한국도로공사(3조4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기업들은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악화한 재무 상황에도 국채 수준의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유사시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설 것이란 암묵적인 국가 보증을 통해 민간 기업 신용등급보다 최대 12단계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채권 발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2’로 상위 세 번째 등급이다. 한전의 독자 신용등급은 위에서 아홉 번째인 ‘Baa2’, 가스공사는 열 번째인 ‘Baa3’, 석유공사 철도공사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B1~B2등급이지만 사채 발행 시 금리 등은 국가신용등급에 맞춰 적용됐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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