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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한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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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코뿔소.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로 불리는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한국 경제가 회색 코뿔소와 조만간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로는 가계 빚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원 가까이 불었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1월부터 계속 줄어들다가 올해 5월부터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엔 1431억원, 6월엔 6332억원 늘었다. 금융권 전체로는 4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한국의 가계대출은 국내총생산(GDP) 수준도 넘어섰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올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한 해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 빚을 갚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뜻이다. 한은이 최근 주요 4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0%로,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3위였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금리 억누르기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질타하자 은행들은 금리 낮추기 경쟁을 벌였고,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진 5월부터 가계대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의 금리 억누르기는 가계부채 폭발을 막기 위한 것인데, 그로 인해 경계심이 약해져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사태를 부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또 다른 회색 코뿔소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31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3월 말 2.01%로 지난해 말보다 0.82%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5%에서 4.07%로 올랐고, 제2금융권 전체로도 1.19%에서 2.01%로 상승했다. 특히 증권업계의 연체율은 3월 말 15.88%로 치솟아 금융권 전체의 7배를 넘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긴 부동산 PF 사업장이 점점 늘면서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가계 대출자의 상환 능력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가계 대출자들은 연 소득의 40%를 원리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소득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은 대출자도 175만 명에 이른다. 부동산 경기 반등 시기를 점치기 어려운 만큼 PF 대출 부실도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정부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금리에 개입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개인들도 무리한 빚을 내서 하는 투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코뿔소는 덩치가 커서 멀리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뿔소가 달려오기 시작하면 누구든 두려움에 그 자리에 멈추게 된다고 한다. 회색 코뿔소와의 충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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