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위해 세운 자회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모기업과 달리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때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이들 자회사가 과도한 인건비를 벌어들이며 모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 자회사 73곳이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작년 말 기준 2077억3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모기업인 공공기관이 자회사 설립을 위해 투입한 자본금(525억6000만원)의 네 배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자회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2019년 급격히 늘었다. 파견·용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이들 기업은 모기업인 공공기관과 용역계약을 맺기 때문에 매출 대부분이 모기업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보다 계약된 인원이 많아 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잉여금이 가장 많은 곳은 2019년 설립된 한전 자회사 한전MCS(611억2000만원)다. 한전MCS는 전기검침,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등의 업무를 맡는 곳이다. 매출의 100%가 한전에서 나오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간다. 작년에만 3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한전과 상반된 모습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자회사 이익이 급증한 부분을 정산하고 비용 효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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