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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 경험한 남미, 이번엔 달랐다…줄줄이 금리인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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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남미 국가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끝내고 금리 인하 채비에 나섰다. 브라질을 필두로 한 이 지역 국가들은 발 빠르게 긴축 페달을 밟은 끝에 선진국보다 먼저 물가를 가라앉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3일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칠레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대폭 내렸다.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째 11.25%로 유지되던 금리는 단숨에 10.25%로 낮아졌다. 인하 폭은 시장 예상치(50~75bp)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남미에서 통화 정책의 기조를 바꾼 건 칠레가 최초다.

이어 2일(현지시간) 브라질 중앙은행도 현재 13.75% 수준인 기준금리를 50bp 내려 잡았다. 역시 시장 관측(최소 25bp 인하)을 뛰어넘는 ‘깜짝’ 완화였다. 통화 당국 관계자들은 “물가 하락 시나리오가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다음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같은 폭의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물가 상승률이 대폭 완화된 데 따른 결정이다. 브라질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중앙은행 목표치(3.25%)를 밑도는 3.16%까지 떨어졌다. 2020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치다. 칠레의 6월 물가 상승률도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8월(14.1%)의 반토막(7.6%) 수준이다.



브라질 상업은행 방코파인의 크리스티아노 올리베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의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기술적으로 가장 정확했다”며 “근원 물가지수가 강하게 하락하고 있으며, 통화 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아머캐피털의 안드레아 다미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물가 상승률 기대치가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조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주요 7개국(G7)보다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긴축에 매진해 온 것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이 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건 2021년 3월이다. 중앙은행은 당시 2%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금리를 단계적으로 14%까지 밀어 올렸다. 칠레 중앙은행도 비슷한 기간 0%에 가깝게 낮아져 있던 금리를 끌어당겨 지난해 말 11.25%까지 높였다.

1980~1990년대 ‘초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50% 이상)’ 경험이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1990년 브라질의 물가 상승률은 2948%에 달했다. 아르헨티나 물가도 2315%나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클라우디오 이리고옌 세계 경제 책임자는 “역설적이게도, 남미의 통화 당국들은 미국 중앙은행(Fed)만큼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라며 “이 지역에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단지 일시적이고, 저절로 해결될 거란 믿음이 없다”고 분석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긴축에도 남미 경제는 활기를 띤다. 브라질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전 분기 대비)로 시장 예상(1.3%)을 뛰어넘었다. 농업 부문에서 21.6%의 강한 성장세가 나타난 덕이었다. 씨티은행을 포함한 투자은행(IB)들은 줄줄이 올해 브라질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남미에선 칠레와 브라질에 이어 연말까지 페루와 멕시코, 콜롬비아가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기준 5.1%로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 연말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다 25bp 내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116%의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치솟은 아르헨티나와 같은 예외도 있다.

미주개발은행(IDB)의 에릭 파라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남미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대응은 전반적으로 효과적이었지만, 아직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이르다”며 “근원 물가지수의 하락세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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