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목표요? 폐플라스틱이 없어져서 우리 브랜드도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업사이클링 브랜드 ‘니울(NIUL)’의 예솜 대표는 브랜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다가 “버려지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버려진 플라스틱병의 뚜껑을 녹여 알록달록한 키링 펜던트 ‘니울링’을 만들었다. 재활용 소재로 만든 스트랩을 제작해 니울링과 세트를 구성했다. 현재까지 5차 판매를 했는데 1~2분 만에 수백 개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솜 대표는 “‘쓸모없는 것은 없다(nothing is useless)’에서 이름을 따 니울이라고 브랜드명을 정하고 지난 5월 니울링 제작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 시작이었다”며 “한 달도 안 돼 팔로어가 1만 명을 넘었고 석 달여 만에 4만6000명을 넘어서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고 했다.
창업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폐플라스틱을 녹이는 여러 방법을 해외 사이트에서 찾아냈다. 분쇄하지 않고 색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테스트를 수백 번 반복했다. 플라스틱 중에서 녹일 때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소재(HDPE)만 골라 제품에 썼다. 그는 “팔로어들이 원하는 색 조합대로 제작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올린 것이 입소문을 탔고 패션과 환경 보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알고리즘을 타고 노출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꼭 ‘업사이클링 브랜드’여서 잘된 건 아니다. 예솜 대표는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단 그냥 예쁘고 ‘힙’한 패션 브랜드로 알려지길 원했다”며 “개인별로 원하는 색 조합으로 니울링 주문을 받은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했다. 니울링은 2만원 초반대로, 원하는 스트랩(로프) 색을 고른 뒤 세 가지 병뚜껑 색을 택해 주문하는 방식이다. 1~5차 판매와 오프라인 플리마켓을 통해 총 1000개가량 판매됐다. 예솜 대표는 “1개 제작에 10분 걸리는데 초반엔 3개 중 2개가 불량이었기 때문에 1시간에 2개 완성한 셈”이라며 “지금은 완성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병뚜껑을 수집해 니울에 보내는 이벤트를 한 것도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74명이 택배를 보내줬는데 그 무게가 150㎏이었다”며 “병뚜껑 무게가 3g이니까 5만 개가 온 것”이라고 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자발적으로 수집해 니울에 기부한 사람들이 모두 니울의 초기 팬이 된 셈이다.
패션을 전공했냐는 질문엔 “특수체육교육과”라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20대 중반인 그는 모델, 아나운서,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유튜브 기획, 사진작가, 콘텐츠마케터 등 그야말로 ‘N잡’을 두루 거쳤다. 예솜 대표는 “색감이 너무 예쁘다는 댓글, 제품 후기를 접할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3차 판매 때 서버가 다운돼 너무 당황했지만 창업 초기에 경험을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월급도 받지 않고 ‘열정페이’로 일한다는 그는 “제대로 직원을 뽑고 저도 월급을 받아갈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키우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니울링에 이어 그립톡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아요. 곧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